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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백두산 등산객에 '낙엽차' 끓여줬죠"

입력 : 2010.02.05 15:52

SBS스페셜 '방랑식객3' 7일 방송


"자기 주변에 있는 음식이 제일 좋은 겁니다. 백두산에 가서도 많지 않은 주변의 재료 중에 낙엽을 골라 '낙엽차'를 끓여 등산객들에게 대접했습니다."

자연요리연구가 산당 임지호 씨(55)는 지난 11월을 고스란히 중국에서 보냈다. 단둥(丹東)에서 지안(集安)을 거쳐 백두산까지 가는 여정에서 그는 만나는 동포마다 맛있는 음식을 요리해주는 것을 자신의 일이자, 즐거움으로 삼았다.

멋진 요리 도구와 재료를 짊어지고 다니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의 집 부엌에 들어가 그곳에 있는 재료와 양념, 도구만으로 음식을 만든다.

재료가 부족하면 근처에 돋아난 나물을 뜯고, 낙엽을 줍기도 한다. 양념이 부족하면 과일 등 대체 양념을 쓴다. 신맛이 필요하면 귤을, 단맛이 필요하면 바나나를, 시원한 맛이 필요하면 사과를 양념 대신 쓰는 식이다.

"주변의 음식을 먹어야 하는 이유는 세가지입니다. 일단 편리합니다. 또, 신선하죠. 그리고 내 주변의 음식이 바로 나를 보호하는 울타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4일 경기도 양평에 있는 자신의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SBS 스페셜' 팀과 함께 중국에 다녀온 이야기를 들려주고, 자신의 요리철학을 쏟아냈다.

한국 음식을 대표하는 인물로 해외에 소개되기도 한 그가 '방랑식객'으로 떠돌며 요리를 하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11살이 되던 해 집을 나와 떠돌이 생활을 했던 그는 제주의 한 식당에서 일을 돕는 대신 숙식을 해결하게 됐다. 여기서 그는 처음 요리를 접했고, 이후에도 전국을 떠돌며 여러 곳에서 먹을 것을 얻어먹고 일을 해줬다.

이제 나이가 들어 자신의 이름을 건 식당을 운영하게 된 그는 자신이 받았던 호의를 갚아야겠다는 생각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요리를 해주게 된 것이다. 이번 중국행도 같은 마음에서 가기로 했다.

그런데 중국에서 그가 본 것은 중국식으로 변해버린 한국 음식이었다. 지나치게 기름지거나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음식들이 대부분이었고, 모든 요리에 고기가 들어갔다. 냉이처럼 지천에 자라는 풀은 입에 대지도 않았다.

그는 "재중동포들에게 냉이를 왜 먹지 않는지 물어봤더니 '먹을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런 그들에게 그가 대접한 것은 주변에 널린 풀을 이용한 음식이었다. 그들이 중국에서 겪은 인고의 세월을 염두에 둔 듯 냉이와 씀바귀에 엿질금(엿기름)을 버무린 냉이무침을 만들고, 눈 덮인 백두산에서 낙엽을 끓였다. 돈 벌러 한국 간 엄마를 기다리는 딸에게는 찰밥을 찧어 곶감을 넣은 찰떡을 대접했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생식과 화식이 조화된 이들 음식을 재연하며 "한민족이라는 이름과 한국어가 중화(中化)된 이들과 우리를 잇는 끈"이라며 "앞으로 서로 교류를 거쳐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무엇을 먹는지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자신의 철학도 소개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떡을 먹어도 꼭 사람 모양으로 만들어 먹었다고 해요. 그런 그가 임진왜란을 일으킨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죠."

또 프랑스 요리는 재료를 해체해서 재구성하고, 일본은 재료에서 자신이 원하지 않는 부분을 다 빼고 요리하는 반면 한식은 자연 그대로의 재료를 잘 살린다며 우리 음식의 우수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현대의 '가짜' 음식에 대한 통탄도 드러냈다.

"곶감을 오래 보관하면 겉에 단맛이 나는 흰가루가 생깁니다. 이걸 긁어서 마시면 천식에 좋아요. 그런데 요즘 파는 곶감에는 인위적으로 설탕 가루를 뿌린다고 합니다. 음식에서 기다려야 할 것은 기다려야 하는데…."

그는 앞으로 자극적인 인스턴트 식품에 길들여진 어린이들을 위한 좋은 요리를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랑식객' 산당 임지호가 중국과 백두산을 돌며 요리한 내용은 7일 오후 11시 10분 'SBS스페셜'에서 볼 수 있다.

(양평=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