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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총리의 변신.. 승부수인가

남승모

입력 : 2010.02.05 09:39


정운찬 총리가 달라졌다. 지난 2007년초 이른 바 '특강정치'를 다닐 때와는 딴판이다. 당시 기자들 사이에서 그는 천상 '선생님'으로 불렸다. 좋게 말해 '순수'했고 나쁘게 말해 '순진'했다. 서울대 총장 출신으로서 약간의 자만심과 정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순간 순간 묻어나던 모습이 기억난다.

하지만 청문회 때 진땀을 빼며 어쩔 줄 몰라하던 '책상물림' 정운찬은 사라졌다. '소신'이라는 세종시 수정안을 위해서라면 야유도, 계란 세례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역주민들 앞에서 얼마든 고개도 숙인다. 총리 취임 넉달여 만에 달라진 모습이다.

달라진 그의 면모는 2월 임시국회 첫날인 지난 4일 대정부질문에서도 확인됐다. 의원들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을 넘어 반격도 주저하지 않았다. 인사청문회 때와 같은 당황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민주당 정범구 의원은 "세종시 정부청사가 온다고 해서 세종시라고 이름 지었는데 안오게 됐으니 껍데기만 남은 것 아니냐"며 "세종시 이름을 '운찬시'나 '명박시'로 하라"며 공격을 퍼부었다. 정 총리는 "세종시 수정안이 껍데기가 아니라 원안이 껍데기라고 생각한다"며 받아넘겼다.

인신 공격성 발언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이 "정 총리의 잦은 충청권 방문 때마다 대규모 경찰병력이 동원된다"며  "부끄럽지 않냐"고 따지자 "뭐가 부끄럽냐. 지역 정치인이 비합리적으로 주민들을 오도하지 않았느냐"고 응수했다.

또 민주당 양승조 의원이(당시 양 의원은 수정안에 반발해 삭발을 한 채 21일째 단식중이었다.) "총리가 정부부처 수를 모른다는 것은 자기 식구 수를 모르는 것과 같다"며 무안을 주자 "여기(국회 대정부질문)는 국민이 알고 싶어하는 것을 공무원이 답하는 장소로, (의원이) 퀴즈하듯 물어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맞받았다.

여당인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들의 공격은 더 강하게 받아쳤다.

박근혜 전 대표의 비서실장 격인 유정복 의원은 정 총리의 저서를 인용했다. 유 의원은 정 총리 저서에 실린 '상식과 신뢰를 강조하며 살아왔다... 사람과 장소에 따라 말을 달리하는 것은 연기처럼 느껴졌다'라는 책의 문구를 인용하며 "(정 총리는 세종시 문제를 갖고) 지금 연기하는 것이냐"고 물아붙였다.

정 총리는 "지금 무슨 말씀하시는 것이냐", "약속은 중요하지만 국가 대사에 관한 일은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고치는 게 국가와 국민을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또 수정안 통과가 불발되면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이냐는 질문에도 "통과 안되는 것을 상상 안했지만 나는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다. 걱정하지 말라"고 답변했다.

한발 더 나아가 박근혜 전 대표와 친박계를 겨냥한 발언도 쏟아냈다.

정 총리는 "8년 전 세종시 문제가 터져나온 것은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만든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면서 "자기 정치 집단의 보스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찬반 입장)이 달라져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진보진영의 대선후보로 꼽혔던 그가 지난해 9월 총리에 내정되자 정치권은 차기 대선 구도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며 들끓었다. 하지만 청문회에서 적지 않은 상처를 입자 열기는 식어갔다. 그런 그가 변하고 있다. 정치적 승부수인가?

잔인한 4월을 앞둔 세종시 진검승부는 지금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