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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징금이 8분의 1로 줄었다?

홍순준

입력 : 2010.02.05 09:32


지난해부터 관심을 끌어오던 소주업계에 대한 과징금이 확정됐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점... 과징금 규모인데요.

지난해 11월 11개 소주회사로 보내진 심사보고서에 통보된 과징금은 모두 2,263억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확정된 과징금은 272억 원... 무려 8분의 1로 줄었습니다.

공정위는 액수가 줄어든 것을 두고 심사때와 전원회의 때 소주업체들의 매출이 2조에서 1조 2천억원으로 줄어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가격 인상을 억제하려는 정부 정책을 잘 따라서 감경해 줬다는 설명도 함께 했습니다.

고무줄 과징금이죠...

지난해 LPG 업계에도 당초 1조 2천억 원의 과징금을 통보했다가 심하게 반발하자 결국 6천억 원 조금 넘는 과징금을 확보했습니다. 이렇게 '마구 지르는' 과징금에 대한 비판이 이는 건 당연하죠.

대한주류협회 이종진 상무의 말입니다.

"고생 많았죠, 사전에 과징금 부과가 확정된 것도 아닌데 과징금을 얼마를 부과할 것이다... 이런 것이 상당히 뼈가 아팠습니다 왜냐하면 소비자가 볼 때 우리를 불온한 업계로 볼 수가 있지 않습니까"

용두사미식 과징금 분위기 때문일까요. 공정위는 심사보고서를 통해 과징금 근거와 규모를 미리 알려주는 사전 통보제를 돌연 없앴습니다. 지난해 3월 기업들을 위해 도입한다고 홍보해 놓고는 11월 LPG 과징금 결정 직후 없앴죠.

또 과징금 경감 규정에서 '한도 규정'을 삭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100% 감면도 가능합니다. 공정위 판단에 따라서요. 이것도 공교롭게 소주업계 과징금 규모를 결정하던 전원회의에서 결정했습니다.

공정위가 늘 소비자 편에서, 국민 편에서 일하는 묵묵한 국가기관이란 생각은 늘 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 없습니다. 하지만 고무줄식 처리는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참고>

소주 가격은 대체로 업계 50%를 차지하는 '진로'와 국세청의 협의로 시작합니다. 국세청의 '행정지도'로 진로가 가격을 결정하면 다른 업체들은 대체적으로 따라서 가격을 조정하죠. 이를 두고 지난해 11월, 공정위가 2,263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예정이라는 통보를 한 거고, 업체들은 물론 국세청도 발끈했습니다.

하지만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은 11월 18일 대한상공회의소 행사에서 '정부 부처가 행정지도를 했다는 이유로 담합에 가담하는 것을 면책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못을 박았습니다. 공정위 입장은 법적 근거가 있는 '행정 처분'이 개입된 경우라면 공정거래법 적용에 제외될 수 있지만, 법령상 근거가 없는 '행정 지도'에 근거한 담합은 위법이라는 것이었죠.

그런데 이번 과징금 결정 발표엔 이 내용 대신 공정위는 국세청의 '행정지도'를 거친 뒤에  업체들이 모여서 가격을 결정했다,  즉 국세청도 모르게 국세청의 우산 속에 가격담합을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단 국세청은 할 말 없어진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