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댁의 음식물 쓰레기, 누가 버리시나요?

김범주

입력 : 2010.02.03 12:51


쓰레기 중에 음식물 쓰레기만큼 골치 아픈 것도 없습니다. 종이나 캔이나 이런 건 좀 모아뒀다가 버려도 되는데, 이 음식 쓰레기는 그냥 놔뒀다간 냄새가 풀풀 나서 견딜 수가 없죠. 다른 집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저희 집 음식물 쓰레기 처리는 거의 제 담당입니다. 음식을 만들지 않으니 뒤처리라도 제가 맡아서 해야 한다는 이유로 결정된 사항인데요. 그런데 물론 여자 분들이 많이들 버리시겠지만, 저녁에 비닐봉지를 들고 왔다갔다 해보면 저 같은 남자 분들이 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밤중에 엘리베이터에서 여러 분 만나봤습니다. 오죽하면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 광고를 남자 타겟으로 만들면 잘 팔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해봤을라고요. 엘리베이터에서 정장을 입은 남자를 상체만 비추고 있는데 사람들이 슬슬 피하는 거죠. 화면을 키워보면 밑에 냄새 나는 음식물 쓰레기 봉지를 들고 있는 겁니다. "아직도 버리러 다니십니까" 뭐 이런 문구와 함께 말이죠. 남자들이 울컥해서 카드를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어제, 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겠다는 정부 정책이 발표됐습니다. 한마디로 버린 만큼 돈을 물리겠다는 이야깁니다. 전주시에서 시범적으로 쓰레기 1리터에 30원씩 돈을 내게 했다는데요, 12%나 쓰레기양이 줄었다는군요. 사실 음식물 쓰레기를 보면 먹다 남은 것보다 먹기 위해서 다듬고 잘라내면서 쌓이는 부분이 절반이 넘습니다. 아무래도 알뜰살뜰한 주부들이 쓰레기 양 만큼 돈을 내라니까 아껴보려고 노력했던 덕분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려면 또 음식을 딱 적당히 만들게 되겠죠. 우리나라 전체 가구가 1년 내내 매주 밥 한 공기, 국 한 그릇을 버린다고 치면 경유 2만 2천 톤을 버리는 꼴이랍니다. 그만큼 안 써도 되는 가스를 써가며 밥을 했을 테니까요. 음식물 쓰레기 줄이는 것이 환경을 아끼는 길이기도 하다는 말이죠.

그런데 또 생각해보니 이런 제도 홍보도 남성을 타겟으로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겁니다. 밤마다 음식물 쓰레기를 들고 다니던 남성 동지들에게, "쓰레기를 줄이면 여러분도 행복하다" 뭐 이런 마인드를 전파하면 좀 살림살이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거죠. 그러면 아마 저 같은 남자들은 부엌을 기웃기웃하면서 "쓰레기 낸 만큼 돈 낸다는데 만들 때 좀 조심하면 어떨까" 같은 말을 슬쩍슬쩍 던질 것이고, 아내들도 조금씩 행동이 바뀌지 않을까 한다는 이야깁니다. 어떨까요? 효과가 있지 않을까요?

p.s) 물론 부작용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당신이 좀 쓰레기 안 나오게 잘 다듬어봐" 같은 '역습'을 당할 가능성도 있으니 분위기 파악이 우선이 돼야 할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