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MBC <뉴스데스크>,
아이티 지진 피해 현장에 나가 있는 MBC 기자가 우리 119 구조대원과 현지 외교관들의 모습을 비교해 보도했습니다.
119 구조대원들은 샤워도 제대로 못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하고 있는데, 현지에 나와 있는 주 도미니카 한국대사관 직원들은 에어컨이 나오는 건물에서 푹신한 매트리스를 깔고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보도에 인용됐던 강성주 주 도미니카 대사의 발언은 큰 파장을 몰고 왔습니다.
"스스로 여기에서 식사 문제라든지 자기 모든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들만 와줬으면 좋겠다."
이 발언은 우리 구조대가 오는 것을 현지 대사가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으로 비쳐졌고, 곧 네티즌의 공분을 샀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게 부끄럽다", "관련자를 문책해야 한다" 등등.
심지어 외교부 홈페이지가 다운되기도 했습니다.
◆ 진화 나선 외교부…그러나
급기야 이튿날 외교부가 진화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그 때만 해도 외교부가 출입기자들에게 낸 자료는 '해명자료'나 '반박자료'가 아니라 '보도 참고자료'였습니다. 억울한 부분이 있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MBC 보도를 반박할 의도는 없다는 뜻으로 읽혔습니다.
내용인 즉슨, '강 대사의 발언은 구호활동을 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나온 것으로 당초 의도대로 보도되지 않아 물의가 빚어진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강 대사의 발언은 MBC 보도가 나오기 일주일 전인 21일 언론사와의 합동 인터뷰에서 나온 것이었고, 강 대사가 직전에 면담한 유엔 사무총장 특별대표의 권고 내용을 소개하면서 '구호활동을 위한 충분한 준비가 갖춰지지 않을 경우 효율적인 활동이 기대되기 어렵다. 때문에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해 구호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역부족이었습니다. 네티즌의 분노는 식을 줄 몰랐고, 오히려 변명으로 비쳐지면서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불난 집에 부채질한 격이었습니다.
◆ 외교부 "우리도 놀랐다"
흐름을 바꿔놓은 것은 현지에서 활동하고 돌아온 119 구조대원의 글이었습니다.
'현지에서 도미니카 대사관 직원들의 고생이 많았고, 119 구조대원들과 협조하는 관계였다. MBC가 강성주 대사와 119 구조대원들의 인터뷰 내용을 자의적으로 편집했다'는 취지였습니다.
보도 내용과는 현지 상황이 달랐다는 것입니다.
이후, 상황이 반전되기 시작했습니다.
보도에 인용됐던 에콰도르 구조대원과 우리 119 구조대원들의 인터뷰 내용에 대한 분석이 이뤄졌습니다.
이는 곧 인터뷰 오역 의혹으로 이어졌습니다.
어떤 네티즌은 외국 구조대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현지 상황에 대한 자료를 모아,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당시 강 대사의 발언은 구조대원들이 아니라 민간단체 회원들이나 취재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는, 현지에 있었던 사람들의 글도 인터넷상에서 빠르게 번져 나갔습니다.
이후 전세가 역전돼 오히려 MBC의 보도를 비판하는 글들이 늘어갔습니다.
결국 MBC는 1일 다시 <뉴스데스크>를 통해 '강 대사의 발언을 충실하게 전하지 못해 혼돈과 오해를 낳은 점을 인정한다'며 사과 방송을 내보냈습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처음에 네티즌들이 외교부를 비판하기 시작했을 때는 무서웠다"고 솔직히 털어놓았습니다.
자료를 내고 일부 직원이 인터넷에 들어가 상황을 설명하는 글도 올렸지만, 도무지 네티즌들이 믿으려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후 네티즌들이 마치 수사기관처럼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관계자는 "네티즌들의 자정(自淨) 기능에 놀랐다. 네티즌들의 힘을 새롭게 느끼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언론계에 몸담고 있는 저에게도 많은 것을 느끼게 한, 큰 교훈을 주는 사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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