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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물가 비상…'알바'도 어렵다

입력 : 2010.02.03 09:53

일자리 없고..'알바'보다는 스펙 쌓기 우선, "대학때 알바는 노동의 소중함 느끼는 기회"


대학물가가 치솟으면서 대학생들의 지출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스스로 돈을 벌어 이를 충당하기도 쉽지 않아졌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며 '알바(아르바이트)'를 몇 개씩 뛰어야 학비를 충당할 수 있는 학생들도 많지만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다. 청년 실업자와 명예퇴직한 40~50대 중년층까지 '알바 전선'에 뛰어들면서 마땅한 자리를 찾기도 상당히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부모의 주머니 사정이 허락한다면 '알바'보다는 취업에 필요한 스펙(Specification : 이력서에 쓰는 자격요건) 쌓기에 시간을 투자하려고 한다. 과거에는 용돈도 벌고 사회생활도 미리 경험한다는 차원에서 부모가 여유 있더라도 대학생들이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자연스러웠지만, 요즘에는 '화려한' 스펙 때문에 아르바이트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또 대학생도 성인이지만 등록금과 주거비 등 굵직한 지출은 물론이고 외식비와 술값, 의류비 등 용돈까지도 상당 부분 부모한테 의지하는데 익숙한 경향도 작용하고 있다.

작년에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에서 서울시내 5개 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들은 월평균 43만 3천 원을 지출했다. 이 중 33만 4천 원은 부모 등으로부터 받은 용돈으로 충당했다.

결국 등록금, 용돈 등 치솟는 대학물가를 부모가 모두 짊어져야 하는 것이다.

◇'알바 지원해도 일자리는 점점 줄어

부모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거나 집안에 여유가 있더라고 스스로 돈을 벌려는 대학생들이 많다. 하지만 '알바' 시장이 예전 같지 않아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아르바이트인 과외 자리도 구하기 어려워졌다.

사교육 시장이 학원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고 고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대학 졸업 후 전문적인 과외교사로 일하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과외연결사이트 '과외캠퍼스'의 조지훈 사장은 "학생 개개인의 취약점을 개인 과외로 해결하려는 수요가 여전히 있지만, 학원들이 대형화되고 온라인 강의도 보편화돼 전체적으로는 대학생 과외 수요가 줄고 있다"고 말했다.

관공서나 공기업 등 자기소개서에 한 줄이라도 걸칠 수 있는 '알바' 자리도 인기지만 지원자가 워낙 많아 '로또'에 가깝다.

서울시에서 작년 12월 대학생 아르바이트생 700명을 모집했는데 1만 1천여 명이 몰렸다. 경쟁률이 16대 1에 달했다. 각 구청의 아르바이트생 모집도 경쟁률이 20대 1이 넘는 게 예사다.

편의점이나 주유소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려 해도 취업에 실패한 대학 졸업생이나 명예퇴직 등으로 마땅한 일자리가 없는 40~50대가 선점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 당산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지훈(36) 씨는 "대학생보다는 나이 드신 분들이 오히려 성실하고 '펑크'를 내는 경우도 드물어 선호한다"고 말했다.

지방에서는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온 유학생들이 최근 많이 늘어나 아르바이트 자리를 놓고 경쟁을 해야 한다.

강원도의 한 사립대에 다니는 고희진(22. 가명) 씨는 겨울방학을 이용해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학교 앞 호프집이나 카페 등을 돌아 다녔지만 허사였다.

같은 학교의 중국인 유학생들이 '알바' 자리를 점령했기 때문이다.

고씨는 "한국 학생은 시급이 4천 원 정도지만 중국 유학생들은 거의 반값으로 고용한다고 들었다"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어도 할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알바'는 시간낭비(?).."스펙쌓기에도 시간 없어"

지방의 한 사립대에 다니는 이주희(23. 가명) 씨는 부모로부터 한 달에 50만 원을 용돈으로 받는다. 1년에 800만 원 정도 하는 등록금과 월 32만 원의 원룸 월세도 부모가 지원해준다.

대학 1학년 때는 학교 인근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로 한 달에 40만 원 정도 벌었지만 두 달 만에 그만뒀다. 부모님이 말려서다.

이 씨는 "처음 대학에 입학했을 때는 나도 성인이니까 내 손으로 돈을 벌려고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엄마가 아시고는 '돈 벌 시간 있으면 영어공부라도 더 해라'라고 하셔서 그만뒀다"고 말했다.

이 씨는 "요즘에는 나도 아르바이트로 시간을 뺏기는 것보다는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금도 타고 취업도 잘 하는 게 효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취업 전쟁이 스스로 용돈이라도 벌어보겠다는 학생들의 의욕마저 꺾어놓는 것이다.

투자하는 시간에 비해 수입이 괜찮은 과외가 아닌 바에야 수업이 끝나고 나서 저녁 시간을 통째로 할애해야 하는 편의점이나 호프집, 카페 등에서의 '알바'는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안 하는 게 낫다고 여긴다.

지방에서 대학에 다니는 김호연(22) 씨는 "1학년 때는 카페에서 알바를 했지만 2학년 때부터는 학점 관리도 해야 하고 영어학원도 다녀야 해 그만뒀다"면서 "주위에 보면 저학년 때는 알바를 많이 하는데 학년이 높아지면 그만둔다"고 말했다.

부모들이 '알바'를 하려는 자녀를 말리는 경우도 많다.

대학 4학년과 1학년생 자녀를 둔 김희연(50) 씨는 "대학 생활을 얼마나 건실하게 보내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인생을 결정될 텐데, 취업에 도움이 되는 아르바이트가 아니라면 굳이 하지 말고 그 시간에 자기 계발을 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대학 진학 뒤에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는 것은 상당히 '한국적'인 모습이다. 미국 등 외국에서는 대학에 진학하면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다양한 장학제도의 덕택도 있지만 대학생 스스로 성인으로서 자립해야 한다는 인식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코네티컷에서 대학생활을 한 이 모(25) 씨는 "미국 친구들은 독립적인 성향이 강해 장학금을 받거나 학자금 대출을 받아 모든 비용을 스스로 해결한다"면서 "이러니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는 친구들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신대 윤평중 교수(철학과)는 "대학시절에 노동을 통해 돈을 번다는 것은 돈 자체보다도 땀 흘려 번 돈의 소중함을 느껴본다는 점에서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