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 시화호 매립예정지 쓰레기 투기 실태
시화호 판 '공유지의 비극'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
'모두의 땅은 누구의 땅도 아니다'라는 생각이 얼마나 우리 주변을 쉽게 오염시킬 수 있는 지 묻는 말입니다. 앞으로 지금 모습대로 보존되지 않고 개발로 사라질 땅. 그런 곳에 행락객이 몰리기 시작한다면 결과는 어떨까요. 경기도 시화호 주변 매립예정지를 가보면, '공유지의 비극'이 환경사회학 책에만 있는 단어가 아니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경기도 안산시 대부동동. 바지락칼국수 집이 즐비한 해변 바로 옆엔 2012년까지 농지조성 목적의 매립이 예정된 곳이 있습니다. 매립용 공사 도로 구간이 13km나 되죠. 하지만, 도로 옆 공터는 쓰레기 더미 차지입니다. 버린 어선과 폐타이어. 건축 폐자재부터 가전제품까지 종류도 다양하죠. 제가 현장을 본 지난해 12월 초까지 누군가 무더기로 싣고 와 버린 걸로 보이는 음식물쓰레기들도 썩어서 악취를 내뿜고 있었습니다. 어림잡아도 100리터짜리 쓰레기봉투 200개 분량 그러니까 2천 리터 정도 쓰레기가 여기저기 어지럽게 방치돼 있었습니다.
주범은 낚시꾼
이곳에 도착하면 계절을 가리지 않는 낚시꾼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입질이 드는 곳 어디서나 진을 치고 있죠. 당시에도 엄동설한은 아니지만, 꽤 쌀쌀한 날씨인데도 사람이 많았습니다. 매립예정지에 웬 낚시꾼인가 의아해 하실 분이 많으실 텐데요. 이곳만이 지닌 독특한 생태조건 덕에 물고기가 많아진 걸 알고, 수도권 각지에서 낚시꾼이 모이는 거였습니다.
바닷물을 막아 가두는 걸 방조제라고 합니다. 그런데 매립이란 걸 하려면 바닷물을 다시 막을 필요가 있죠. 바다에다 무턱대고 흙을 부으면 손실이 심하니까요. 한국농어촌공사(옛 농업기반공사) 이 물막이용 둑을 매립사업을 맡았는데, 이걸 '방수제'라고 부릅니다. 2012년까진 땅을 메워야 하니 우선 둑을 쌓은 거죠.
농어촌공사가 물을 막은 건 지난 2006년 12월인데요. 그 뒤로 재미난 일이 이 곳 예정지에서 벌어집니다. 일단 비가 올 때는 민물이 이 일대 공터에 조금씩 차오릅니다. 그리고 만조 때엔 바닷물이 방수제를 뚫고 스며듭니다. 대개 매립토란 흙보다 돌이 많죠. 담수와 해수가 섞이니 플랑크톤이 많아졌죠. 숭어나 망둥어, 놀래미 같은 물고기도 덩달아 늘 수밖에 없는 거죠.
입질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시화호 옆 이곳 대부도엔 여름이나 가을 하루 수백 명의 낚시꾼이 몰려들기 시작한 겁니다.
철새휴식처로 거듭난 곳인데…
한국농어촌공사가 방수제 위에 공사 목적으로 도로도 만들었다고 말씀드렸죠? 하루 수 백 대의 덤프트럭이 오가다보니 교통사고 위험이 크고, 공사에도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이 도로는 일반차량 통행이 금지된 곳이었습니다. 2012년 매립 완공시점까지 계통계획도 없었죠.
그런데 지난해 10월, 이 도로는 별다른 대책도 없이 일반차량에 개방됩니다. 인천이나 안산으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며 경기도 화성시의회 등 주변 지자체들이 줄기차게 제기한 민원을 받아들인 거죠. 도로가 개방되지 않았다면 통행이 불편한 탓에 낚시꾼들도 이렇게 까지 늘진 않았을 거라고 주민들은 혀를 찼습니다.
낚시꾼 탓에 주민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니었습니다. 주걱 모양의 부리로 물을 저어서 먹이를 찾는다 하여 붙여진 이름. 저어새를 아시는지요? 천연기념물 205호인 이 친구들도 해마다 가을이면 무리지어 이 주변에서 먹이를 찾느라 바쁜데요. 이들의 서식에도 낚시꾼은 나쁜 영향을 주게 됐죠.
사실 이 곳이 철새 서식지로 알려진 이야기만 들어도 자연의 위대함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저어새는 북한 쪽 서해안이 주요 번식지로 전 세계에 2천여 마리만 남은 멸종 위기종인데요. 이런 진귀한 객들이 200여 마리 씩 벌써 2년째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우신 한국조류학회 회장(서울대 교수)은 주위에 있는 섬들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녀석들이 이곳을 찾을 수밖에 없고, 특히 번식이 끝난 개체들이 남쪽으로 이동하기 위한 중간 휴식을 하기 위해서 시화호를 방문한 거라고 말했습니다.
속수무책 당국, 씁쓸한 양심
철새들의 소중한 서식지가 비극의 공유지가 된 데는 당국의 책임도 컸습니다. 이 일대는 농어촌공사 화안사업소가 담당하는데요. 13킬로미터 짜리 이 긴 도로를 담당하는 직원은 달랑 1명뿐. 공사용 도로다 보니 청소용도로 쓸 예산은 아예 배정이 안 된다며 하소연을 했습니다.
그나마 사업소 전 직원 30명을 동원해 한 달에 한 번 쓰레기를 줍는 게 정화작업의 전부입니다. 이 담당자는 "한 달에 한번 한 번 전 직원이 청소를 하면 100리터짜리 2백 포대씩 나오는데, 감당이 안 된다"고 말을 했습니다. 취재를 하면서 이 책임자 역시 안타까운 처지라는 생각이 들었죠. 구조적인 대책이 없단 얘기를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였으니까요. 관할 지자체인 안산시청은 사정은 다 알고 있지만, 개발지역이기 때문에 안산시 안에 있다고 해도 담당이 아니란 반응이었습니다.
버리는 사람, 분통 터지는 사람, 방해받는 철새들이 따로 있는 셈이었죠. 자연은 조용히 물고기부터 철새, 이 모두를 바라보는 사람까지 공존할 독특한 공간을 만들었는데 말이죠. 기사에서 ‘개통부터 관리까지 속수무책 행정이 매립을 앞둔 바닷가를 쓰레기 투기장으로 만들고 있다’는 멘트를 했죠.
당장 쓸모없는 땅이란 이유로 쓰레기장이 돼가는 경기도 안산 대부동동. 반면, 철새나 물고기 에겐 서식 조건을 갖춘 훌륭한 공유지 일겁니다. 아직도 주말이면, 학생과 학부모들이 지방에서도 철새를 보러 관광버스로 이곳을 찾는다고 합니다. 습지의 가치가 주목받는 시점에, 전 세계 몇 안 되는 '철새 휴식처'로 이곳을 알리자는 환경운동가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성숙한 논의가 무르익어 고민거리가 되기도 전에 대부도는 망가질 위기입니다. 대책이 없는 당국과 손 쓸 수 없는 양심이 위기를 부르고 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