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35년이란 긴 세월동안 늘 한자리를 지키며 갈 곳 없는 환자들을 돌봐온 의사가 있습니다. 이 따뜻한 미담의 주인공이 외국인 여의사여서 더 눈길을 끄는데요.
테마기획에서 송인근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서울 시흥동 뉴타운 예정지 골목길 귀퉁이에 자리잡은 전진상 의원.
한국 이름 배현정으로 통하는 벨기에 출신의 할머니 원장이 왕진 가방을 챙깁니다.
매주 목요일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가 건강을 돌보는 날입니다.
[밥은 많이 못먹겠어요? 너무 추워서 그러세요? 어디 많이 삭신 아파요? 할머니?]
환자들에게 배 원장은 건강 도우미뿐 아니라 늘 기다려지는 말벗이기도 합니다.
[허정화(89) : 너무들 고마워요. 너무 고마워. 추운데 오시느라고….]
배 원장이 한국과 인연을 맺은 건 벨기에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1972년.
종교단체의 의료 봉사단 일원으로 이역만리 한국을 찾았다가 난민촌과 같은 판자촌을 보고 평생을 한국에서 봉사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배현정/전진상의원 원장 : 결핵이라든지, 홍역으로 죽고, 연탄 때문에 화상 입고, 문제들은 너무 많고 보건소는 여기서 엄청나게 멀었어요.]
1975년 달동네 판자촌이던 지금의 의원 자리에 복지 센터와 약국을 연 뒤 35년동안 한자리를 지켰습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의대에 편입해 의사가 되면서 간판이 의원으로 바뀐 것과 한국 이름을 쓰는 것 뿐입니다.
배 원장은 앞으로도 의원이 계속 남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좋은 의사 만났으면 좋겠고, 뉴타운이라는 프로젝트로 갑자기 모든 걸 비키라고 하면은 이 사업은 끝나니까….]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채철호)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