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자식들에게 이런 비극만은 없어야...
사건사고 현장을 취재하거나 기사를 대하면 어느 것 하나 안타깝지 않은 것이 있겠습니까만...
특히 죄없는 철부지 아이들과 관련된 것들은 더욱 가슴 아프게 만듭니다.
16일 새벽 경남 양산의 한 아파트에서 일어난 사건도 그렇습니다.
밤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남편.
식탁위에 놓인 메모지 한 장이 불길했습니다.
'방문 열지 말고 112에 신고 먼저 해, 미안해'
잠긴 방문을 열쇠로 열고 들어가 보니 아내와 세 딸이 모두 숨져 있었습니다.
아내 나이 40살, 세 딸은 12살, 8살, 7살. 벌써 세상을 등지기엔 너무나 어린 나이입니다.
유서가 함께 놓여 있었습니다.
'정신적, 금전적으로 힘들다. 우리가 없어도 잘 살 것으로 믿는다. 이런 식의 결별이 예의가 아님을 안다...'는 내용으로 무려 6장이나 됐습니다.

아내가 먼저 딸들을 숨지게 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가정을 이렇게 파탄으로 내 몬 것은 다름 아닌 '돈'이었습니다.
카드빚 6천만원 때문에 2005년 이혼한 뒤에도 월세 아파트를 얻어 함께 살아왔지만,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오죽 힘들었으면 그랬을까'하는 동정도 가지만 '그래도 철없는 자식들이 무슨 죄라고...'하는 생각이 더 앞섭니다.
4명의 목숨을 앗아간 6천만원. 돈 많은 사람에게는 '그까짓 돈'일지 몰라도, 이들 가족에게는 '엄청난 무게'였을 겁니다.
과연 돈은 얼만큼 갖고 있어야 '행복'한 것일까요?
시골의사로 유명한 박경철씨를 아시죠? 경북 안동의 한 병원에서 의사로 일하면서, 경제관련 공부를 따로 해 주식투자 등 경제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경제전문가입니다. 경제와 관련된 많은 저술활동과 방송출연으로 아주 유명해지신 분인데요, 박경식씨를 직접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와 나눈 여러 말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습니다.
'부자'의 기준은 '기준이 없다'는 것입니다.
" 여러 곳에 강연을 많이 다닙니다.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에서 '당신은 얼마가 있으면 부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져 봅니다. 요즘은 '한 20억쯤'이라는 답을 많이 듣습니다. 중소기업 사장들 모임에서 같은 질문을 던지면 '한 100억쯤'이라고 답합니다. 만약 전경련 회장단에 가서 똑같은 질문을 하면 얼마라고 대답할까요? 제가 안해봐서 모르겠지만 '한 1조쯤'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근무하는 시골병원에서 환자로 오시는 할머니들께 귀에다 대고 가만히 물어보면 '나...백만원만 있으면 원이 없겠어...'라는 답을 듣습니다. 자신이 부자라고 생각하는 돈의 액수는 이렇게 1백만원에서 1조원까지 기준이 다릅니다."
결국 부자의 기준은 절대적인 수치가 없고, 사람마다 자기의 잣대가 따로 있다는 얘기죠. 그 잣대는 자신의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는 거고요.
4명의 목숨을 앗아간 6천만원의 액수를 보면서 '그까짓 걸로 아이들과 함께 죽냐'라고 말하기엔 어쩌면 절박했던 그 집의 속사정을 내 잣대로 재단해 버리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죄없는 아이들 만큼은 부모의 짐 때문에 자신의 뜻과 전혀 상관없는 죽음을 맞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가슴을 짓누르는 건 어찌할 수 없습니다. 부디 저 세상에서는 가난없는 삶이 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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