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싸움하다 형을 실명시킨 동생의 눈물
" 오늘 저는 새 집에 이사한 형의 집들이를 하고 돌아오는 길입니다. 오는 길에 그칠 줄 모르는 눈물이 제 볼을 타고 내렸습니다."
" 형이 집을 샀는데 뭐그리 슬프다고 울었어요? 아니 기뻐서 울었나 보죠?"
그가 눈물을 흘린데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눈이 펑펑 내린 어느 겨울날이었습니다. 형과 눈싸움을 했죠. 나보다 세 살이나 많은 형에게 번번이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싸움이었습니다.
내가 한 방 날리면 두 세 방이 날아왔고, 눈뭉치의 크기나 단단하기가 비교가 안 될 정도였지요. 한 방 맞으면 볼이 얼얼했습니다.
도무지 안되겠다 싶어서 눈 속에 돌멩이를 넣고 형의 얼굴을 향해 냅다 날렸습니다. 눈은 형의 오른쪽 눈을 정통으로 명중시켰고, 형은 그대로 나자빠졌습니다.
나는 드디어 복수를 했다고 생각하고 의기양양하며 도망갔습니다.
아!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형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눈에서 피를 흘리면서 말입니다. 놀란 마음에 엄마에게 뛰어갔습니다.
응급실로 실려간 형은 그날밤 수술에 들어갔지만 끝내 한 쪽 눈을 잃고 말았습니다. 한 쪽 눈만 남은 형의 손을 붙잡고 전 펑펑 울었습니다. 하지만 형의 눈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형의 남은 왼쪽 눈마저 시력이 점점 나빠지는 것이었습니다. 몇 년 뒤 한 쪽 눈도 영원히 빛을 잃고 말았습니다. 결국 형은 앞을 영영 볼 수 없게 된 것이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저는 형에 대한 죄책감에 울고 또 울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그 죄값을 갚을 수 있을지 내 눈을 빼 줄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열심히 일 한 덕에 돈을 벌었습니다. 그래서 형에게 집을 사드렸습니다. 그리고 가구와 가전제품들... 최고로 좋은 것들을 골라서 넣어 드렸습니다. 형이 내 손을 꼭 잡고 고맙다고 그러더군요.
아... 그 말을 듣는 순간, 흐르는 눈물을 어찌할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이런다고 형에게 지은 죄를 덜 수 있는 것일까요?"
40대 후반에 들어선 한 지인이 제게 털어놓은 얘깁니다.
듣는 저로서도 정말 가슴이 미어지는데, 당사자로서는 얼마나 큰 아픔이었을까요.
오늘 SBS8뉴스에 '눈싸움 때 눈 조심'이라는 리포트가 있죠. 어린이들이 눈싸움을 하다 눈을 다쳐 병원에 많이 온다는 내용인데요.
눈은 큰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참 낭만이 있지요. 세상을 하얗게 뒤덮어 깨끗하고 포근하게 만드니까요. 그 눈을 뭉쳐서 눈싸움을 하는 것도 낭만적이고요.
하지만 눈싸움이 자칫 이렇게 한 인생에게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걸 꼭 명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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