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한파와 함께 찾아온 구제역폭설이 내리는 가운데 과천청사 농림수산식품부 출입기자로 명받고 출근하던 지난 4일. 일찌감치 출근을 서둘렀지만 2시간 넘게 걸려 도착했습니다. 서설...새해 출근 첫날 내린 폭설은 조금 불편했지만, 상서로운 징조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3일 뒤 폭설과 함께 찾아온 한파속에 경기도 포천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제보를 받고 오후 2시부터 속보에 돌입, 다른 기자들보다 한발 앞서 구제역 발생을 보도할 수 있었습니다.
폭설은 저에게 상서로운 징조가 아닌, 구제역을 몰고 온 재앙이었을까요?
구제역이란?구제역은 발굽이 둘인 가축, 학술용어로 우제류라 하는데 소와 돼지, 양, 사슴, 염소 등에 걸리는 1종 가축전염병입니다. 전파 속도가 빨라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서 A급 질병으로 분류하고 있죠.
이 병에 걸린 가축은 주로 입이나 혀, 발굽, 젖꼭지 등에 물집이 생기며, 식욕이 떨어지고 심하게 앓거나 죽게됩니다. 폐사율은 어린 가축은 최대 55%에 이르는 동물에게는 무서운 질병인거죠. 구제역은 가축의 분변, 수입 건초, 오염된 신발.의복 등 직접 접촉에 의해서뿐만 아니라 공기로도 감염이 되기 때문에 황사에 의해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천년, 2002년 두 차례 구제역 파동을 겪었고, 경험상 3~6월에 주로 나타나 한겨울에 출몰할 것이라곤 전혀 예상을 못했습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잠복기가 최대 14일에 이르고, 추운겨울에는 가축의 분변에 최대 6개월 동안 생존하기 때문에 한겨울 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이번 구제역은 어떻게 다른가?이번 구제역이 지난 2천년, 2002년의 구제역과 비교해 가장 큰 차이점은 한 겨울에 발생했다는 겁니다. 지난 두 차례의 구제역은 봄철에 발생했지만, 이번에는 영하 20도가 오르내리는 포천 지역에서 발생해 방역당국과 축산 농가들을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정부의 늑장대처, 초동방역 미흡...이런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혹한 속에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구제역은 분사형 소독기로 축사와 가축, 도로 등을 소독해야 하는데 물에 타서 쓰는 소독제가 얼어붙고 한파에 고장나 제대로 쓸 수 없는 실정이고, 생석회도 땅에 뿌리면 알갱이상태로 남아 소독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에 방역효과를 제대로 거둘 수 없었습니다. 한겨울에 일어날 수 있다는 경험이 있었으면 방역당국이 이렇게 우왕좌왕할 필요는 없었겠죠. 훗날 언론의 비판이 쓴 보약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구제역 얼마나 갈까?두 번의 구제역 파문은 각각 22일, 52일이 걸렸습니다. 2천년은 소가 감염돼 그나마 한 달 안에 끝났지만, 2002년의 경우 돼지가 주로 감염됐기 때문에 52일이 걸렸습니다. 구제역은 돼지가 더 전파력이 강하다고 합니다. 돼지가 내뿜는 입김이 세서, 소보다 최대 3천배 정도 감염력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2002년 구제역이 더 오래간 겁니다. 이번 구제역도 주로 소가 감염됐지만, 반경 5백미터 이내의 위험지역 안에 있는 돼지를 모두 살처분 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예단하기는 힘듭니다만, 포천지역에서만 잘 막는다면 의외로 빨리 끝날 수도 있고, 만약 이동통제에 구멍이 뚫리거나 방역을 게을리하면 봄철까지 구제역 파문이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방역당국은 긴장하고 있습니다.
구제역 걸린 고기 먹으면 안전한가?통상적으로 구제역은 인수공통전염병, 즉 가축과 사람에 동시에 걸리는 질병으로 분류되지 않습니다. 가축에 걸려도 사람에게 직접 옮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이죠. 구제역바이러스는 열에 약해 50도 이상에서 파괴되고, 56도에서 30분, 76도에서 7초면 사멸됩니다.
따라서 구제역에 걸린 가축을 먹더라도 100도씨 이상에서 익혀먹으면 안전하다는 것이죠. 또 우리나라의 가축 위생 수준이 세계적이고, 설사 병에 걸린 가축이 도축장에 가더라도 도축과정에서 증상이 있는 가축은 걸러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이 정부 당국의 설명입니다.
구제역 파문으로 축산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일은 우리 소비자들이 현명해져서 구제역 소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삽겹살, 한우를 즐겨 찾는다는 일입니다. 구제역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안다면 막연하게 육류섭취에 대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겠죠.
물론 구제역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다면 소비자들의 거부감은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방역당국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고 특히 혹한기의 방역 매뉴얼, 장비 등을 재점검해 이런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합니다. 소비자들도 축산 농가들을 위해 오늘 저녁 삽겸살, 한우고기에 소주 한 잔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