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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새로운 청사진…여론에 '승부수'

입력 : 2010.01.11 10:39

충청.他지역 여론 동시감안..`역사적 당위성' 강조…野.친박 등 정치권 논란으로 `험로' 예상


정부가 11일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라 는 세종시의 새로운 청사진을 내놨다. 

참여정부 시절 '정치적 산물'로 탄생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계획이 그대로 진행될 경우 엄청난 국가적 낭비를 초래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이른바  'MB(이명박) 표 명품도시'의 개념을 제시하며 승부수를 건 것. 

특히 삼성, 한화, 웅진, 롯데, 오스트리아 SSF 등 국내외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과 고려대, KAIST 등 우수대학을 유치하는 것은 물론 선진국의 어느 대도시에  못지않은 질높은 생활여건을 제공키로 한 것은 단순히 정부부처를 이전하는 원안과의 우월적 차별성을 주장하며 여론을 설득하기 위한 것으로 여겨진다. 

현정부 들어 공론화의 장(場)에서 제외돼 있던 세종시 문제에 불을 지핀 것은 지난해 '9.3 개각'에서 국정 2인자 자리에 오른 충청권 출신의 정운찬 국무총리. 

그러나 서울시장 재임시절 참여정부가 추진한 `수도이전'에 대한 반대 대열의 선두에 섰던 이 대통령은 쇠고기파동, 글로벌 경제위기, 전직 대통령의 잇단 서거 등으로 기회를 잡지 못했을 뿐 취임 직후부터 `국가백년 대계'를 지향하는 세종시 복안을 가져왔다는 게 청와대 핵심 참모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이 대통령과 정 총리를 중심으로 약 4개월간의 고심 끝에 나온 세종시 수정안은 무엇보다 '여론'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전 정부에서 정치적 이익을 겨냥해 수도 이전과 수도 분할을 추진하고, 지난 대선에서 이 대통령 자신이 역시 정치적 판단으로 행복도시 원안 추진을 약속했으나 이제는 정치에서 탈피해 국민 이익을 우선하는 대안을 내놓음으로써 '원죄'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 핵심공약이었던 `한반도 대운하 건설'이 취임후 여론의  반대에 맞닥뜨리자 이 대통령이 결국 "임기내 추진하지 않겠다"며 스스로 포기를 선언한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 

또 여론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려놓는다면 정치권의 논란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반영한 것으로도 이해된다. 

정부가 이날 내놓은 세종시 발전방안의 구체적인 내용도 해당 지역의 여론을 우선 고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정부부처 이전 대신 과학비즈니스벨트와 국내외 대기업을 유치해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한 것이나 당초 오는 2030년으로 돼 있던 도시조성 완료시점을 무려 10년 이나 단축한 것도 빠른 시일내 가시적인 성과로 지역의 요구에 부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유명대학과 자율형 공.사립고, 특목고, 마이스터고 등 교육기관과  국제 기구, 다국적기업 등을 유치하고 문화, 휴양, 레저, 복지시설과 첨단교통체계를  건설함으로써 쾌적한 정주기반을 조성키로 한 것도 지역여론을 설득하기 위한  파격적인 '유인책'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와 함께 수정안에 극렬히 반대하고 있는 원주민들을 위한 주거지원, 취업알선 대책 등도 같은 맥락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타지역에서 제기하고 있는 `역차별' 우려도 수정안에 비중있게 반영됐다. 

각종 세제지원을 기존의 혁신도시나 기업도시와 같이 적용하고, 입주기업들도  신규사업에 투자토록 함으로써 세종시가 다른 지역의 발전을 가로막는 '블랙홀'이 되도록 하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정부 수정안이 향후 정치권 안팎의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오히려 이날 수정안 발표로 인해 정국은 혼돈속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권으로서는 '세종시 정국'이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경우 가깝게는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물론 자칫 이 대통령의 집권후반기 국정장악력에도 심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특히 야당의 반대는 차치하더라도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반대가 엄존하는 상황이어서 세종시 수정의 필수요건인 관련법안 처리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점도 정부와 청와대로서는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최악의 경우  여 당이 파국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여론을 설득한 뒤 이를 동력으로  정치권을 압박함으로써 늦어도 4월국회에서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나 일각에선 '지방선거 변수'를 들어 관련법 처리가 6월 이후로 넘어가는 등 장기화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어 향후 상황 전개가 주목된다. 

그러나 유치가 결정된 일부 기업의 경우 투자계획 차질을 이유로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어서 정부 계획이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악의 경우 정부가 협상과정에서 일부 부처 이전 등 타협안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으나 이는 수정안의 취지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 관계자는 "정부가 국가 백년대계라는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수정안을 마련한 만큼 이제는 국민에게 이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여론에 승부수를 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