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비핵화-평화체제 병행 가능성
북한이 신년벽두부터 북핵 논의의 '뜨거운 감자 ' 격인 평화체제를 화두로 꺼내들었다.
1일 발표한 공동사설에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조선반도의 공고한 평화체제를 마련하고 비핵화를 실현하겠다"고 표명함으로써 비핵화의 전제로서 평화체제의 의제화를 적극 시도한 것이다.
이 같은 평화체제 이슈 띄우기는 그 자체로 새로운 흐름은 아니다.
북한의 입장 을 비공식 대변하는 '조선신보'는 지난달초 북.미대화를 앞두고 "최대 현안은 평화 체제 수립이며 그외의 잡다한 문제는 주된 의제로 상정될 수 없다"고 쐐기를 박았었 다.
그러나 북한이 새해의 정책노선을 공식화하는 신년 공동사설에서, 그것도 6자회 담 재개가 본격 거론되는 현시점에서 평화체제의 우선적 논의를 강조한 것은 그 무게감과 함의를 달리하고 있다는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체제를 마련한다'고 언급한 대목에 소식통들은 주목하고 있다.
이는 비핵화 논의에 파묻혀 사실상 '사장(死藏)'돼있던 평화체제 논의를 6자회담의 주 협상의제로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비핵화는 6자회담의 메인테이블에서 논의하고 평화체제는 별도의 포럼이라는 보 조테이블에서 논의한다는 9.19 공동성명의 기본 프레임워크를 바꾸겠다는 북한의 의중이 내포돼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선(先) 평화협정, 후(後) 비핵화'로 논의의 순서와 배열을 적시하고 있는데 대해 외교당국자들의 신경이 집중되고 있다.
평화체제가 비핵화의 종속적 의제가 아니라 비핵화에 선행하는 최우선 의제로 다루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는 분 석이다.
정부 고위소식통은 "평화체제를 마련하고 비핵화를 실현한다는 표현이 눈에 띈다"며 "이는 종래의 '선 평화체제 수립, 후 비핵화'의 논지를 견지해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이처럼 평화체제 논의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서면서 6자회담 재개를 앞둔 북핵국면에 복잡한 기류가 형성될 것으로 관측된다.
대화의 흐름 자체에는 큰 틀의 변화가 없지만 협상의 형식과 의제를 둘러싸고 관련 당사국들의 이해충돌이 표면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비핵화와 평화체제 논의의 선후관계를 놓고 관련당사국들의 입장차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관망이 나온다.
선 평화협정, 후 비핵화 논의를 강조하는 북한과 선 비핵화, 후 평화협정 논의를 추구하는 한.미의 입장이 대립하면서 새로운 갈등 전선 이 그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한반도문제의 최대 이해당사자임을 강조하는 우리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평화체제 이슈는 북핵 논의를 빨아들이 는 '블랙홀'과 같은 성격이어서 평화체제 논의가 우선시될 경우 북핵 해결이 불가능 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강한 우려와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평화체제 논의를 바라보는 양측의 근원적 시각차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하고 있으나 미국과 한국은 그에 앞서 정치적.군사적 신뢰조치를 강조하고 있고 이 같은 시각차는 평화체제 논의의 근본적 진전을 가로막는 암초로 지목되고 있다.
이처럼 평화체제 논의가 미묘한 갈등요인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대화의 판 자체가 깨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는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이미 북핵 논의의 새틀짜기 가 움직일 수 없는 흐름으로 자리매김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북.미 양국이 6자회담 재개시 평화체제를 논의한다는 큰 틀의 컨센 서스를 형성해놓았다는게 외교가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평화체제 논의의 형식과 선후관계를 둘러싼 입장차는 뚜렷하지만 평화체제를 어떤 형태로든 논의한다는데에는 기본적 공감대가 형성돼있다"고 풀이했다.
특히 지난달초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특사의 방북 당시 지난 2000년 조.미 공동 코뮈니케의 정신에 기초해 남.북.미.중이 참여하는 4자회담에서 평화체제를 논의한 다는데 공통의 양해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6자회담이 올해초 재개될 경우 비핵화와 평화체제 논의가 동시에 테이블에 올라 병행 논의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외교가의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6자회담의 틀 내에서 북.미 양자대화와 평화체제 4자회담, 비핵화 6자회담이 병존하는 2+4+6 논의구도가 벌써부터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는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북.미간 중재를 시도하고 있는 중국의 역할이 작용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새해 벽두에 등장한 평화체제 변수로 북핵 사태는 급속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다.
(서울=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