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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시대 '아날로그 범인' 앞에 '무력한 경찰'

입력 : 2009.12.24 17:03

원주 간호사 살해범 추적…경찰, 인터넷 신경쓰다 '헛발질'


원주 간호사 살해 용의자 김창수(34) 씨가 부산에서 불심검문 중 검거되자 통신수사에 의존한 채 한 달여간 엉뚱한 곳에서 범인의 행적을 쫓던 강원경찰의 수사력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사건 직후 경찰은 달아난 김 씨가 서울 한 PC게임방에서 인터넷을 사용한  기록을 포착했다. 

경찰은 범행 후 통신망에 접속한 유일한 단서를 근거로 도피처가 서울일 것이라고 판단, 수사대를 서울로 급파해서 한 달째 탐문수사를 벌였다.

김 씨의 연고지인 부산에도 사건 초기 수사대를 파견했지만 사실상 모든 수사력을 서울에 집중했다. 

그러나 인터넷은 물론 휴대전화도 사용하지 않는 김 씨의 '아날로그 식' 도피  행각에 경찰 수사는 곧 난항에 빠졌다.

결국 경찰이 쫓던 김 씨는 서울이 아닌 연고지 부산에서 수배 전단지를 통한 아날로그식 불심검문에 덜미가 잡혔다.

현재까지 알려진 김 씨의 아날로그식 도피 행각은 경찰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원시적'이다.

범행 직후 자신의 집에서 현금 40여만원을 가지고 택시를 탄 김 씨는 서울까지 13만원에 이동한 뒤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경기 성남까지 도주했다.

이어 성남의 한 고물상에서 자전거를 훔친 김 씨는 자전거를 이동수단 삼아 경기도와 충북 조치원, 영동, 대전 등을 거쳐 범행 후 보름만인 지난 10일께 대구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김 씨는 각 도시에서 1~2일 가량 머물면서 파지 등을 주워  고물상에 팔아 끼니를 때우는 등 노숙생활을 했고 대구에서는 10일 가량 머물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대구에서 열차편을 이용해 부산 구포역에 도착한 김 씨는 기차역 인근  철물점에서 장도리와 흉기를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300㎞에 달하는 먼 거리를 자전거로 이동한 김 씨가 2년 전 인력회사에서 일할 당시 자신을 괴롭혔던 사람을 찾아 연고지인 부산으로 유유히 이동하는 동안  경찰은 아무것도 모른 채 엉뚱한 곳에서 헛심만 뺀 셈이다.

이처럼 '아날로그 범인' 앞에 경찰 수사가 무력감을 드러내고 있는 또다른 사례가 춘천 수렵장 공무원 갈취범사건 수사다.

경찰은 지난 5월초 강원도청 산하 산림개발연구원 소속 공무원 10명을 대상으로 공갈.협박을 통해 수억원을 갈취한 이모(31.춘천) 씨에 대한 검거에 나섰지만 8개월째 어떠한 행적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 씨는 춘천 서면 오월리 춘천수렵장에 근무하는 공무원 10여명에게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하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수법으로 총 2억6천만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 씨가 휴대전화와 인터넷 등 통신수단과 단절하고 은신한 탓에 행적  파악에 어려움이 많다는 말만 되풀이한 채 수사는 8개월째 답보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의 수사기법도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진보하다 보니 인터넷.휴대전화 등 통신수사와 CCTV를 활용한 수사는 가장 기본적인 수사기법"이라며 "하지만 역설적으로 범인이 디지털망에서 벗어나면 경찰수사는 무기력해 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춘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