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교육 이렇게 바뀐다] ②고교선택제
중학생이 희망하는 고등학교를 스스로 택해 원서를 내는 고교선택제가 올해 서울지역에 처음 도입됐다.
평준화제도의 해묵은 문제점을 보완하고, 교육과정이 자유로운 자율형 공·사립고의 지정에 맞춰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부분적으로 보장하며, 학교 간 경쟁을 촉발해 공교육을 한결 개선한다는 취지에서 시행한 것이다.
그러나 명문 사립고에 대한 지나친 쏠림현상을 막고 비선호학교의 수준을 향상시킬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매우 부족한 데다, 갑작스러운 원안 수정에 대한 비난 여론도 적잖아 제도의 연착륙은 쉽지 않아 보인다.
◇ 고교선택제 왜 도입됐나 = 이 제도는 학교 배정방식이 추첨 방식이 가미된 부분 선택제로 바뀌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학생들은 1, 2단계에서 서울의 전체학교와 거주지 학군을 대상으로 2곳씩 지원할 수 있다.
1단계는 완전 추첨 방식이며 2단계에서는 교통편의, 거주지 등이 고려된다.
3단계에서는 통학 편의 등을 고려해 거주지학군과 인접학군을 포함한 통합학교군에 강제 배정된다.
고교선택제가 처음 발표된 것은 2007년 2월.
평준화제도 보완 및 수월성 교육을 기치로 내건 당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교육 수요자의 요구를 학교교육에 반영하기 위해서다"라고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스스로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면 그 결과에 따라 학교 간 경쟁을 유발할 수 있고 교육의 질적 수준도 제고될 것으로 본 것이다.
여기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자율과 경쟁이라는 세계적 추세에 들어맞는 정책으로 공교육 수준을 끌어올리는 견인차 구실을 할 거라는 장밋빛 전망도 있었지만, 학교서열화와 같은 부작용이 심각할 거라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 학교선택권 얼마나 보장될까 = 고교선택제는 현재 중학교 3학년에 처음 적용돼 배정 작업이 진행 중인 만큼 벌써 제도의 실효성을 논하기는 어렵다.
또 선택권 자체가 제한적인데다 학생들의 지원 상황에 좌우되는 부분도 커 얼마나 많은 학생에게 혜택이 돌아갈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서울시교육청은 일단 최소한 10명 중 8명 정도의 학생은 스스로 선택한 학교에 배정받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하고 있다.
지난 4월 중3 학생 9만 5천여 명을 대상으로 자체 실시한 2차 모의배정 결과를 분석한 결과, 전체학생 중 81.5%가 원하는 학교에 배정된 것에 근거한 것이다.
비록 18.5%의 학생들은 통학 편의 등을 고려해 강제배정될 수밖에 없지만, 대다수 학생의 선택권이 보장되는 만큼 제도 도입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이 시교육청의 입장이다.
시교육청은 경쟁률이 올라가는 일부 선호 학교에 대해 학급별 정원을 늘리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으므로 학교선택권은 좀 더 넓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정원의 40%를 배정하는 2단계 전형이 기존 추첨 전형에서 거주지, 통학 편의 등을 고려한 근거리 배정으로 갑자기 수정되면서 실제 학생들이 누릴 수 있는 선택권도 애초 안보다 대폭 축소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교육계의 중론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올해부터 공을 들이는 '고교 다양화 정책'이 고교선택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교과부는 올해 서울지역에만 교육과정과 수업 일수를 일정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는 자율형사립고 13개와 자율형공립고 7개를 지정했다.
모두 학생 스스로 선택해 지원할 수 있는 학교들이다.
내년에는 영어와 과학, 예술, 체육과정 등을 특화해 가르치는 중점학교를 지정해 운영할 방침까지 최근 발표했다.
이에 대해서도 고교선택권과 고교다양화 정책이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반응과 학교 서열화만 고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 연착륙 여부 여전히 미지수 = 고교선택제가 연착륙하기 위해 넘어야 할 가장 큰 난관은 제도 도입 초기부터 난제로 거론돼온 비선호학교 문제다.
모의배정 결과에서 나타난 잠재적 비선호학교는 모두 14곳(공립 6곳, 사립 8곳)인데, 학생들의 선호학교 집중 및 비선호학교 기피 경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빚어진 결과로 분석됐다.
반면 강남, 목동 등에 있는 선호학교에는 1, 2단계에서 수 십 대 1까지 경쟁률이 치솟았다.
시교육청은 일단 비선호 학교에 지원을 집중해 수년 뒤 성과를 보고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겠다는 견해이지만, 지원 규모 자체가 미약해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제도 시행 보름을 앞두고 선호학교가 몰려 있는 지역에 대해 2단계 배정방식을 변경한 것 역시 두고두고 논란거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시교육청은 배정방식 변경 이유에 대해 "예상되는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희망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어 사실상 해당 학교에 배정받을 희망조차 사라진 학생과 학부모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교육계 인사는 "시교육청이 비선호학교 문제와 배정 방법 변경에 따른 후폭풍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고교선택제는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좌초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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