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법.질서와 원칙 확립을 '선진화의 핵심인프라'로 연일 강조하고 있다.
지난 14일부터 이어지고 있는 내년도 부처별 업무보고 등을 통해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내년을 '국가브랜드 제고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재차 표명하면서 이를 위한 기본요건으로 법.원칙을 역설하고 있는 것.
취임 이후 쇠고기파동, 용산사태 등을 거치면서도 법.질서에 대해서는 결코 타협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하고 있으나 집권 3년차를 앞두고 새삼 '국정운영의 정도(正道)'를 주장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법무부, 법제처, 국민권익위원회의 업무보고에서 "지도층에서부터 공직자, 고위직, 정치(인) 등 포함해서 지도자급의 비리를 없애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 집행과 민원처리의 일선에 서있는 부처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나온 원론적 언급이었으나 "이는 국격을 높이기 위한 여러 사안 중 기본적인 것" "고위직 공직자의 비리를 없애야 한다는 게 많은 국민의 바람"이라고 지적하는 등 발언의 강도는 어느 때보다 높았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특별히 사회지도층의 비리 근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 것은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한 오랜 신념이 기저에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의혹과 한나라당 공성진 최고위원의 불법자금 수수의혹 등으로 정치권 안팎이 시끄러운 가운데 이런 발언이 나오자 배경에 관심이 모아졌다.
즉, 전국철도노조 파업 사태 등에서 정부가 원칙있는 대응으로 국민적 지지와 신뢰를 얻은 것과 같이 이번 정치권 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원칙 대응'를 우회적으로 주문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사면 건의가 잇따르고 있는 데 대한 정부의 대응방안과도 무관치 않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나 재계 사기 등을 감안했을 때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으나 이른바 '친(親)서민' 정책과는 배치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는 난감한 상황에서 사회지도층의 비리를 언급한 것은 의미가 있다는 것.
이와 관련, 여권 관계자는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것이라면 1월에 이 전 회장을 사면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물리적으로 1월 1일 특별 사면.복권 단행은 어려운 상황인데다 특히 여론의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이날 업모보고에서 법.질서 확립을 국격 제고를 통한 선진화의 선결요건으로 주장했다.
선진일류국가 건설을 위해서는 경제적인 성과 외에도 국가의 품격을 높여야 하며, 결국 법.질서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는 사회간접자본이 돼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국제투명성기구 한국본부가 발표한 '2009년 부패인식지수'에서 한국은 10점 만점에 5.5점을 얻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7.04점)을 크게 밑돌았다"면서 "국격 향상과 국가브랜드 제고를 위해서는 공직, 토착비리의 근절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