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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 화려한 옷차림은 '고난의 행군' 결과?

입력 : 2009.12.22 18:10


청바지, 영어가 새겨진 티셔츠처럼 한층 화려해진 북한 주민들의 옷차림은 역설적이게도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전후로 한 국가 의복공급 시스템 마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명지대 북한학과 석사과정 배재현 씨는 22일 북한연구학회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북한 주민들의 옷차림 변화 현상에 정치·경제적 환경이 미친 영향'이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하며 이같은 주장을 내놨다.

배씨는 1960∼70년대까지 북한에서 남성은 인민복이나 작업복, 여성은 흰 저고리에 검은 통치마가 보편적이었지만 1970년대 후반 무렵부터 한결같이 옷차림이 화려하게 변화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조선민주여성동맹' 기관지인 월간 잡지 '조선여성'에 실린 의복  관련 기사를 분석해 이 시기를 다시 1989년까지와 1990년 이후로 나눈 뒤 전자와 후자의 성격이 크게 다르다고 분석했다.

이 잡지는 1980년대부터 1989년까지 옷차림의 '다양성', '현대화', '시대적인 요구와 미감', '단정함' 등을 강조하는데 이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김 주석이 1979년 "인민들은 발전하는 시대의 요구에 맞게 유색 복장을 착용해야 한다"고 말하자 대도시 주민들을 중심으로 양복과 양장이 기존의 인민복, 한복과 혼용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배씨는 이는 북한 주민의 기호 변화에 따른 것이 아니라 1984년 합영법을  발표하며 외국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이미지를 새롭게 바꿔보려는 북한 당국의 의도에  따른 것으로 '공식 변화'라고 규정했다.

반면 1990년 무렵부터 북한 주민들의 옷차림은 한층 더 다양해지고 화려해지게 되는데 이는 국가 소비품의 공급능력 마비에서 비롯됐다는 게 배씨의 주장이다. 

식량부족은 1990년대 중반 무렵 '고난의 행군'으로 구체화했지만 공산품 공급력은 1990년대 초반부터 급속히 떨어져 국영상점이 마비되고 의복 공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게 됐다는 것.

생필품 배급망이 붕괴하면서 주민들은 1980년대 초부터 시장에서 옷을 구입할 수 밖에 없게 됐는데 시장에서 거래되는 옷 대부분이 중국에서 조달된 것이다 보니  형태와 색상이 다양해졌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비공식 변화'가 일어나자 북한 당국은 자본주의 문화 유입을 걱정하면서 '옷차림 단속'에 나섰다고 배씨는 주장했다. 

조선여성은 2000년대 들어 부쩍 조선식(북한식) 옷차림을 할 것을 강하게  선전하고 있으며 '몸에 꼭 달라붙는 샤쯔나 치마, 얼룩덜룩한 무늬가 새겨진 옷'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고 배씨는 전했다. 

배씨는 이를 두고 "역설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옷차림이 북한 당국이 말하는 자본주의 체제를 가진 국가들의 옷차림을 따라가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한편 조선여성 10월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여성들이 치마저고리를 입으면 단정해 보인다.

우리 여성들이 입는 치마저고리는 세상에 자랑할 만하다"며 한복 착용을 권장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