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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뉴스의 문제점을 유형별로 정리하는 뉴스비평, 이번 주 주제는 '연성뉴스'입니다. '연성'이라고 하면 부드럽다는 뜻인데, '뉴스'라는 말이 붙으면 정통 저널리즘이 추구하는 사회적 기능과 뉴스가치 기준을 벗어난 흥미위주의 보도를 가리키게 됩니다. 주로 연예계와 스포츠 스타의 사생활 관련 뉴스가 여기에 해당하지만, 스타의 사생활만 연성뉴스가 되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지난 12일 SBS 8시뉴스는 외도 사실이 잇따라 불거지며 곤욕을 치른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무기한 골프 중단을 선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그가 “불륜”이란 단어를 쓰면서 솔직히 잘못을 시인했다고 전했습니다. 우즈는 지난 달 28일 새벽 자신의 집 앞에서 교통사고를 내 얼굴에 가벼운 부상을 입은 이후 외도 설을 끈질기게 추적한 언론 앞에 결국 무릎을 꿇었습니다. 언론이 우즈를 얼마나 호되게 다뤘는지는 SBS 뉴스가 잘 보여줍니다. 지난 3일 뉴스는 우즈 스캔들을 게재한 미국 잡지들을 들어 보이며 우즈와의 불륜관계를 폭로한 한 여성의 원색적인 이야기를 길게 소개했습니다. “아내가 이미 집을 나갔다고 하고, 장모는 갑자기 응급실로 실려 갔다.”는 말로 시작된 지난 9일 뉴스는 부인이 우즈와 별거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우즈와 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하는 여성이 모두 10명으로 늘어났다고 전했습니다. 아무리 유명해도, 고위 공직자가 아닌 우즈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들추거나 가족 문제까지 들먹거린 것은 정통 저널리즘의 선을 벗어났습니다. 우즈 스캔들을 추적한 뉴스는 연성뉴스, 그 중에서도 선정적인 뉴스의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미국 사회 내에서도 우즈에 대한 언론의 폭로보도가 지나쳤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우즈가 유색인이 아니라 백인이라고 해도 이처럼 가혹하게 몰아세웠을까 하는 문제제기도 있습니다. 백인 여성과 결혼한 유색인에 대한 미국 백인사회의 뿌리 깊은 반감이 작용했을 거라는 주장입니다. 미국 사회를 휩쓴 황색 저널리즘의 장단에 춤을 춘 한국 언론 앞에 이번에는 영화배우 이병헌 씨가 등장했습니다. 지난 9일 SBS 뉴스는 이 씨가 한 여성으로부터 소송을 당하고, 이와 관련하여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들로부터 협박을 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여기까지는 통상적인 사건보도로 볼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사회적 기능을 갖는 뉴스가 되느냐, 아니면 선정적인 연성뉴스가 되느냐 하는 갈림길이 시작됩니다. 뉴스 속보가 나오는가, 속보가 나온다면 어떤 내용인가를 지켜볼 일입니다. 연성뉴스의 또 하나의 사례를 지난 11일부터 사흘 동안 SBS 뉴스에서 발견합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스노보드 월드컵 대회 보도입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선수들이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장면은 아주 이색적인 볼거리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외국 선수들만의 잔치인 이 경기가 텔레비전 주요 방송 시간대에 사흘 연속 보도해야 할 만한 뉴스가치가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지난 11일 SBS 뉴스는 스노보드 대회에 대한 '정치적인 배경 설'까지 나온다면서 과연 그렇게까지 확대해석해야 할 일인지 의문이라는 말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치적인 배경 설이 사실이냐, 아니냐가 아닙니다. 스키장에서 치러야 할 대회를 위해 광화문 광장에 경복궁을 가려버리는 거대한 임시 구조물을 세운 것이 마땅한지가 논란의 핵심입니다. 이번 대회를 8시뉴스로 보도하려면 이런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야 합니다.
지난 주 SBS 뉴스에는 작은 이야기지만 시청자들의 건강한 관심을 끌만한, 그리고 반드시 짚어야 할 보도들도 많았습니다. 지난 3일 뉴스는 고등학교 학창시절을 다룬 청소년 영화를 정작 청소년들은 볼 수 없게 된 사정을 전했습니다. 뉴스에 따르면 한 때 불량 써클에 가입했던 탈선 청소년이 이를 극복해가는 청소년 성장영화 ‘바람’은 지난 10월 부산 국제 영화제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습니다. 당시 관람등급은 15세 이상 관람을 허용하는 등급이었는데 극장 개봉을 앞두고는 청소년 관람불가의 판정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뉴스는 등급 판정에 일관성을 유지하고, 예측이 가능하도록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심의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영화계의 주장을 전했습니다.
SBS 뉴스는 지난 10일 종교나 정치적인 이유로 우리나라로 망명해 난민 신청을 한 외국인들이 의료혜택, 교육혜택은 물론 사람들의 관심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사정을 전했습니다. 뉴스는 인권 탄압을 피해 우리나라를 찾은 난민 신청자들이 인권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는 말로 이들에 대한 우리 모두의 관심을 환기시켰습니다. 구세군의 자선냄비를 보도한 지난 1일과 12일 뉴스는 같은 소식이라도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얼마나 다른 뉴스가 될 수 있는가를 보여 주었습니다. 빨간 냄비의 구세군이 등장했다는 1일 뉴스는 해마다 연말이면 으레 등장하던 뉴스와 다를 바 없습니다. 하지만 구세군 이야기를 다시 보도한 12일 뉴스는 구세군의 종소리가 시끄러운 곳에서도 잘 들리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뉴스로 만들었습니다.
연성뉴스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뉴스에 잡아두기 위해서나 골치 아픈 현실 문제를 시청하는 동안 잠시 한숨 돌리는 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연성뉴스가 남발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오락물이 중심인 텔레비전 방송이 정통 저널리즘을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근거가 바로 뉴스입니다. 연성뉴스를 남발하면 뉴스의 품질과 품격은 물론이고, 방송 자체의 품격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