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정치 결산]
현정부 2기 내각 출범의 핵은 정운찬 국무총리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9월 3일 신임 총리에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내정한 것을 비롯, 법무·국방·지식경제·노동·여성·특임 등 6개 부처를 대상으로 단행한 개각의 관심은 단연 정 총리에게 쏠렸다.
개혁 성향의 정 총리 발탁은 그 자체로서도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현정부 1기 내각이 전(前) 정권의 10년을 수정, 보완하는 데 비중을 뒀다면 2기 내각은 이명박 '고유의 컬러'를 내세운 본격적인 국정운영의 시작이라는 성격을 갖는다.
특히 정 총리에게는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모토로 내건 '친(親)서민'과 '중도·실용'을 뒷받침하는 책무가 주어졌다.
정 총리는 이력상 현정부 인사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의 유력한 영입 대상이었고, 대운하 사업을 강력 반대하는 등 이명박 정부의 주요 정책을 앞서 비판해온 것만 봐도 그렇다.
이를 감안할 때 여권 핵심부가 정 총리에게 기대하는 것은 균형자로서의 역할이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현 정부의 집권 기반인 보수 진영 외에 중도 성향, 나아가 온건 좌파에 이르는 폭넓은 스펙트럼 형성에 기여해 달라는 것이다. 이는 과거 총리에게 주어져온 '얼굴마담형'이나 '보좌형'에서 탈피한 새로운 성격 부여다.
실제 정 총리는 취임사에서 "국민의 편에서 정책을 개발하기 위해 현장을 함께 뛸 각오가 돼 있다"며 "이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하고 국민들에게도 요구할 것은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정 총리의 초기 행보를 두고 '거침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종시 수정론을 정면 제기, 충청권을 비롯한 전국적 이슈의 중심에 서면서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백방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물론 주변의 우려에도 개의치 않고 용산 참사 유족들을 방문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특히 1기 내각을 이끈 한승수 전 총리와는 대비되는 대목이다.
한 전 총리의 주요 활동무대는 에너지 협력외교 분야 등으로 신(新)자원민족주의가 확산되고 세계적인 자원확보 경쟁이 심화하면서 에너지의 안정적인 확보가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었다.
중앙아시아, 중동, 터키, 요르단, 독일, UAE 등 주요 지역을 방문, 정상급 외교활동을 통한 에너지·자원 협력을 적극 추진한 것도 이의 연장선상이었다.
그는 또 역대 총리 가운데 처음으로 재임 기간 전국 156개 모든 시·군을 방문하는 등 민생 행보에도 적극적이었다. 경제위기가 급속히 닥치는 상황에서 '조용한 민생보듬기'에 나선 것이다.
한 총리의 경우 1기 내각의 수장으로서 나름의 활동을 한 것이지만, 정권 초기 '쇠고기 파동'으로 위기에 처했을 당시 '총리 역할론'이 재조명 받은 것도 사실이다.
여권 내부에서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총리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가 확산된 것.
이런 인식의 공통분모를 토대로 새롭게 정립된 총리상(像)의 첫 시험대가 정 총리라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 총리는 취임 당일 기자간담회에서 총리상을 묻는 질문에 "정운찬형(型) 총리가 되겠다. 믿고 기다려달라"고 밝혔다.
정 총리가 그의 말대로 '정운찬형 총리' 역할을 통해 세종시 파고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다만 정 총리가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경우 과거와는 다른 실세 총리의 입지를 다지는 것은 물론 유력한 대권후보군의 대열에 오를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게 될 것만큼은 분명하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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