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정치 결산]
올해 대한민국 외교 정책의 화두는 '신(新)아시아 외교'로 요약된다.
지난 10년간 한국 외교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4강 외교에 치중했다면 이명박 정부 2년차인 올해는 4강 외교를 성공적으로 매듭짓는 한편으로 '아시아 속으로' 파고들었다는 평가다. 이른바 '아시아에 대한 재발견'이다.
한국 외교가 그동안 4강에 의존해온 것은 4개국이 세계의 경제와 안보를 쥐고 흔드는 최강국이기도 하지만 무역 의존율이 높고 핵 문제를 안고 있는 유일한 분단국인 우리로서는 이들 국가에 대한 의존이 필연을 넘는 숙명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시아가 더는 한반도 외교의 변수가 아닌 상수란 인식이 확산하고 강대국 일변도가 아닌 다자주의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외교 다변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버렸다.
여기에 지정학적으로나 안보·경제학적으로 우리와 관계의 파이를 넓혀가는 아시아가 그 제 1타깃이 됐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신아시아 외교는 지난 3월 이 대통령이 남태평양 3국 순방지의 마지막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천명하면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른바 '자카르타 구상'이었다.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아시아권으로 이동하고 있음에도 대(對)아시아 외교가 제한적으로 이뤄졌다는 반성 하에서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의 동력을 아시아에서 찾고 아시아 주도국으로서의 부상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입지를 제고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엔 선진국 문턱에서 번번이 주저앉은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명실상부한 선진국 진입을 위해선 역내 입지강화가 또 다른 '필요조건'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실제 아시아는 전 세계 인구의 52%, 국내총생산(GDP)의 21%, 교역의 26%를 차지하는 등 북미, 유럽연합(EU)과 함께 세계 3대 세력권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교역의 48%, 해외투자의 53%, 공적개발원조(ODA)의 47%가 아시아에 집중되어 있고, 그 비중은 날로 커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광활한 시장에 접근하고 입지를 확보해야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게 정부 외교라인의 설명이다.
우리 정부가 선진국들이 개도국 원조정책을 마련할 때 아시아 개도국들의 특성과 수요가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한 것도 아시아외교 강화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신아시아 외교는 이 대통령의 5월 중앙아시아 2개국(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순방, 6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토대를 다진 뒤 10월 동남아 3개국(베트남.캄보디아.태국) 순방과 한-아세안·아세안+3(한.중.일)·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서 궤도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아시아 외교의 백미(白眉)는 6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이 대통령의 10월 동남아순방 정상외교였다는 데 외교가의 이견은 없다.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는 대(對)아세안 회원국 ODA 규모를 2015년까지 4억 달러로 대폭 늘리고 한·아세안 협력기금 규모를 내년부터 연간 500만 달러로 확대키로 했으며, 문화·인적교류, 개발협력, 저탄소녹색성장 등 3개 분야 정책문서도 채택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베트남과의 관계를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킨 것은 신아시아 외교의 신호탄이었다는 평가다.
지금까지 우리가 전략적 협력동반자 이상의 관계를 맺은 국가가 미·중·러에 국한된 점을 감안하면 가히 '상전벽해(桑田碧海)'였다.
물론 아시아 중시 외교가 기존 4강 외교를 등한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4강은 경제와 안보에 있어 우리의 최대 파트너인데다 한반도 최대 현안인 북핵 실타래를 풀기 위한 이들과의 관계강화는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따라서 아시아 외교 확대는 기존 4강 외교를 충실히 하는 가운데 외교의 외연을 더욱 확대한다는 데 초점을 맞춰 진행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지만 신아시아 외교가 탄탄대로를 걷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들도 적지 않다.
아세안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국가 곳곳에는 오래전부터 뛰어든 중국과 일본의 거대한 영향력이 배어 있어 이제 막 시동을 건 우리가 실질적인 결실을 쉽게 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국력과 경제력으로 아시아 개도국을 선점한 국가들을 당장에 앞지를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해 역내 국가와의 관계 강화를 위한 우리만의 독특한 입지 마련은 물론 국가 브랜드 구축에도 한층 힘을 쏟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아시아 외교 강화가 수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성과물을 도출할 수 있도록 실사구시적 성격을 띠어야 한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되는 대목이란 지적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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