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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천만 관객' 돌풍…눈부신 선전

입력 : 2009.12.16 10:35|수정 : 2009.12.16 16:46

[2009 문화계 결산] ④ 한국 영화


2009년은 한국영화가 최근 몇년의 침체에서 벗어나 재도약의 가능성을 보여준 한해였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12월 12일까지 박스오피스 상위 10위 중 7편이 한국영화였다. '해운대'는 3년 만에 1천만 관객을 모은 영화가 됐고, '워낭소리'는 295만 명을 모아 독립영화 성공 시대를 열었다.

또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고, 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이 영화제의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되는 등 한국 영화의 해외영화제 진출소식도 잇따랐다.

◇3년 만에 나온 1천만 영화 = 윤제균 감독이 연출하고 설경구, 하지원 등이 출연한 '해운대'는 올여름 흥행 쓰나미를 일으키며 전국에서 1천 139만 명을 동원했다. 괴물(1천 301만) 이후 3년 만에 탄생한 1천만 영화였다.

순제작비 140억 원을 들인 '해운대'의 관객수는 '괴물', '왕의남자'(1천 230만), '태극기 휘날리며'(1천 174만)에 이어 역대 4위의 흥행성적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스키점프 선수들의 애환을 그린 김용화 감독의 '국가대표'도 844만 명을 모았다. 흥행성적으로 역대 6위다.

'해운대'의 이같은 돌풍은 할리우드의 CG 기술에 한국식 드라마를 절묘하게 접목하면서 나온 결과였다. '국가대표'도 국내 최초로 특수 촬영 장비인 캠캣을 이용해 점프하는 순간을 포착했다.

여름 극장가를 점령한 '해운대'와 '국가대표'는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743만·3위), '2012'(492만·4위), '터미네이터 : 미래전쟁의 시작'(452만· 5위)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따돌리고 올 한 해 박스오피스 1, 2위를 차지했다.

그 외에도 한국영화의 약진은 뚜렷했다. 박스오피스 상위 10편 중 7편에 한국 영화가 이름을 올렸다. 코믹물 '7급공무원'은 407만 명을 동원해 6위에 올랐고, 작년 12월 개봉한 '과속스캔들'은 올해에만 388만 명을 모아 7위에 올랐다. 이밖에 '쌍화점'(331만), '거북이 달린다'(305만), '마더'(300만)가 8~10위를 차지했다.

한편, 2009년 1월부터 11개월간 전체 극장 관객 수는 1억 3천 902만 명, 매출액은 9천 518억 원으로 작년 동기(1억 3천 326만 명·8천 660억 원)보다 다소 늘어났다.

이 가운데 올해 한국 영화를 본 관객은 7천 59만 명(51.2%)으로 외국영화(48.8%)를 본 관객수를 눌렀다. 이는 작년 동기 한국영화 점유율(41.6%)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독립영화의 약진 = '워낭소리'는 올 한해 한국 영화계의 가장 놀라운 수확 중 하나다. '1만 명만 들어도 대박'이라는 독립영화에 대한 통념을 흔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이충렬 감독의 '워낭소리'는 올 1월 15일 개봉한 후 첫주 8천 명(이하 영진위 통계)에 불과했지만,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37일만에 100만을 넘었고, 130여 일만에 최종스코어 295만 명을 기록했다. 올 한국영화 흥행성적에서 12위에 달하는 큰 기록이다.

기존 독립영화 최고 흥행작인 '우리학교'(김명준 감독·2006년)는 10만 명을 모았을 뿐이었다.

'워낭소리'의 선전에 힘입어 '똥파리'(12만 2천 명), '소명'(9만 5천 명), '낮술'(2만 5천 명), '여행자'(1만 6천 명), '헬로우마이러브'(1만 명) 등 1만 명 이상을 끌어모은 한국 독립영화만 12월까지 6편에 달한다.

◇해외 영화제서 선전 = 박찬욱 감독의 뱀파이어 영화 '박쥐'는 올해 '칸 영화제'에서 경쟁부문 3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봉준호 감독도 '마더'를 들고 칸을 찾아 '주목할 만한 시선'에서 호평을 받았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남매의 집' 등 역대 최다인 10편의 영화가 칸 영화제에 초청됐다.

'똥파리'의 선전도 눈길을 끈다.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도빌아시아영화제, 바르셀로나아시아영화제, 태평양영화제 등에서 최고상을 받는 등 해외영화제에서만 21개의 상을 휩쓸었다.

전수일 감독의 '검은 땅의 소녀와'도 이란 파지르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경쟁부문 감독상, 바르셀로나아시아영화제 대상, 베니스국제영화제 예술공헌상, 도빌아시아영화제 대상 등 해외로부터 연이은 낭보를 전했다.

◇불법다운로드와의 전쟁 등 = 해외 개봉이나 DVD 출시를 앞두고 '해운대'와 '박쥐'가 인터넷에 불법 유통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 등 영화계의 고질적인 난제인 불법 다운로드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해운대', '박쥐' 등의 불법유통은 DVD나 온라인 등 영화 부가시장이 침체에 빠진 가운데 나온 악재여서 영화계와 업계는 더 큰 위기감을 느꼈다.

실제로 합법 다운로드 시장은 2005년 600억 원 규모에서 2008년 200억 원으로 쪼그라들었고, 온라인 VOD 상영관도 같은 기간 300개에서 65개로 줄었으며 DVD 판매시장도 2004년 6천 536억 원에서 4년 만에 2천 224억으로 감소했다.

영화계는 이에 웹하드 업체와 손잡고 불법 다운로드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최첨단 기술인 'DNA필터링' 시스템을 도입하는 한편, 합법 다운로드를 촉구하는 문화 운동인 '굿다운로더 캠페인'을 벌였다. 안성기, 박중훈 등 중견급 배우부터 정우성, 김태희, 하지원 등 스타들이 나섰다.

원로 영화인과 젊은 배우들의 안타까운 별세 소식도 이어졌다.

한국 사실주의 영화의 거목 유현목 감독이 지난 6월 84세를 일기로 타계했으며, 500여편의 영화에 출연한 원로 배우 도금봉도 같은 달 별세했다.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에도 출연했던 원로배우 최성도 지난 8월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배우 장진영도 지난 9월 35살의 젊은 나이로 요절했다. 이밖에 '진짜진짜 좋아해'의 문여송 감독과 '게임 오버'의 박용준 감독, '사랑하는 사람아' 시리즈를 만든 장일호 감독도 별세했으며 '왕의 남자'를 제작한 '영화사 아침'의 정승혜 대표도 4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