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문화계] ② 기무사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으로 확정
미술계는 2009년 급격하게 위축된 시장을 살리려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침체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동안 미술계의 숙원이었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부지로 옛 기무사령부 자리가 최종 확정됐으며 이에 따라 내년부터 서울관 건립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미술계에 큰 논란을 일으켰던 박수근의 '빨래터' 위작 논란은 2년여의 지루한 법정 공방 끝에 '진품으로 추정된다'는 법원의 판단으로 일단락됐다.
◇침체 못 벗어난 시장
미술 시장은 2007년 연말부터 시작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양대 경매사 중 하나인 서울옥션의 메이저 경매는 3월 81% 낙찰률을 기록해 미술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심리를 갖게 했으나 6월 75%로 하락했으며 경매낙찰 총액도 지난 해 두 차례 321억 원에서 올해는 102억 원으로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K옥션도 4차례 메이저 경매의 낙찰액이 총 185억 원으로 지난 해 295억 원보다 40% 정도 감소했다.
활발했던 군소 경매사들의 경매도 주춤해 2008년 상반기에는 9개 회사가 경매를 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6개 회사에서 경매가 이뤄졌다.
아트페어 실적도 예년보다 감소했다. 상반기 화랑미술제와 서울오픈아트페어, 블루닷아시아, 아트대구 등 4개 아트페어 판매액은 전년대비 28% 줄어들었고 하반기에 열린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도 신종플루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며 2008년에 비해 판매액, 관람객 모두 감소했다.
갤러리들도 계획했던 전시 시기를 조절하거나 아예 취소하는 등 시장 침체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서도 서울옥션과 K옥션은 꾸준히 홍콩에서 경매를 실시했으며 서울옥션의 경우 지난 해 취소됐던 아트옥션쇼를 올해 다시 재개했다.
서울옥션은 부산에 이어 대구에서도 경매를 여는 등 지방을 공략하고 1천만 원 이하의 미술품에 대해서는 신용카드 결제 방식을 도입하는 등 저변 확대를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기울였다.
KIAF에서는 고가 작품을 구매하는 컬렉터는 감소했지만 대신 비교적 저가의 작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늘어 희망을 품게 했다.
◇기무사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부지 확정
올해 초 이명박 대통령이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에서 소격동 기무사 부지를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1995년 이후 본격화한 문화예술계의 요구가 드디어 풀리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에 따라 기무사 터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으로 만들고, 과천 본관, 덕수궁미술관과 함께 국립현대미술관을 삼각체제로 개편, 운영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러나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옛 기무사 본관 건물의 리모델링 여부와 기무사 부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국군지구병원의 이전 문제, 문화재 발굴 등을 둘러싸고 논란은 계속됐다.
그러다가 12월 문화부와 국방부가 현 국군지구병원을 삼청동 교원소청심사위 건물로 이전하기로 최종 합의함에 따라 국군지구병원 문제는 해결됐다. 또 문화부는 등록문화재인 옛 기무사 본관의 활용 방안도 문화재 당국과 협의해 대안을 도출하기로 했다.
총 2천 900억 원이 투입될 서울관은 2012년 11월까지 연면적 3만 3천㎡ 규모로 건립되며 내년 9월부터 철거를 시작해 내년 12월까지 기본 설계와 실시 설계를 마치고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본격적인 서울관 건립에 앞서 기무사 건물에서는 플랫폼 서울전을 시작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의 '신호탄'전 등 여러 전시가 열려 일반인들에게 기무사 내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한편, 차관 아래인 실장급 공무원에 해당하는 자리인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에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를 거쳐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배순훈 씨가 임명돼 파격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박수근 '빨래터' 위작 논란 일단락
2년여간 법정 공방까지 벌였던 박수근의 '빨래터'를 둘러싼 위작 논란도 일단락됐다.
2007년 5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한국 미술품 거래 사상 최고가인 45억 2천만 원에 낙찰돼 화제를 뿌렸던 빨래터는 그해 12월 미술전문지 아트레이드가 위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서울옥션이 아트레이드를 상대로 3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법정으로 넘어간 '빨래터' 논란은 지난 11월 4일 법원이 '빨래터는 진품으로 추정되지만, 명예훼손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양측 모두 '절반의 승리'를 거두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이 과정에서 이 작품의 원 소장자였던 미국인 존 릭스가 한국을 찾아 법원에서 "박수근에게 직접 받은 진품이 맞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트레이드의 류병학 주간과 재판 과정에서 아트레이드 측 감정위원으로 나섰던 최명윤 명지대 교수 등은 여전히 '스터디 빨래터' 사이트 등을 통해 빨래터의 진위에 대해 계속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미술계는 미술품의 진위를 법원의 판단에 맡기는 불행한 사태가 없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감정 매뉴얼의 확립과 전문가 양성, 카탈로그 레조네(전작도록) 확보 등을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그러나 과거 여러 사례를 되돌아볼 때 실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한편, 1심 판결을 한 달 앞둔 10월에는 1965년 박수근의 타계 직후 열렸던 유작전 출품작 일부를 다시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려 관심을 모았다. 유작전 전시와 함께 당시 제작되지 못했던 유작전 도록도 발간됐다.
◇해외 진출·미술품 로비·타계 소식 등
국내 미술시장은 침체 분위기가 이어졌지만, 국내 작가들의 해외 활동은 활발했다.
베니스비엔날레 본 전시에는 양혜규와 구정아가 참가했으며 한국관에서는 양혜규가 개인전을 열었다.
또 미국에서는 서부 최대의 미술관인 LA현대미술관과 휴스턴미술관에서 한국작가 12인의 작품을 소개하는 '당신의 밝은 미래'전이 열려 화제를 모았다.
미술계 인사들의 타계 소식도 잇따랐다. 3월에는 대표적인 재불화가 이성자 씨에 이어 서양화가 김점선 씨가 암투병 중 별세했다.
역시 프랑스에서 활동하던 매듭회화 작가 신성희 씨도 10월 세상을 떠났으며 12월에는 미술평론 1세대로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지낸 석남 이경성 씨가 미국에서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술품이 로비의 수단으로 이용됐다는 '반갑지 않은' 의혹도 불거졌다. 검찰은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2007년초 인사청탁 명목으로 전군표 당시 청장에게 최욱경의 '학동마을'을 선물했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그림 로비'에 대해 수사를 벌이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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