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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전우치 - 한국형 액션 영웅

남상석

입력 : 2009.12.15 08:31|수정 : 2010.02.09 02:30

감독: 최동훈, 주연: 강동원, 김윤석, 임수정, 12세관람가


남상석의 영화이야기올 연말 극장가에 선보이는 한국영화 가운데 기대작인 '전우치'가 뚜껑을 열었습니다. 순제작비 120억 원에 상영시간은 2시간 15분입니다. 긴 상영시간을 제대로 못 채워 지루하면 어쩌나하는 우려를 전우치가 부적으로 도술을 부리듯 저 하늘 끝까지 날려버릴 만큼 성공적인 것 같습니다.

 

조선시대, 인품이면 인품, 도술이면 도술, 어느 면에서나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천관도사(백윤식)의 제자로 도술을 적극 활용하며 이름 알리기에 몰두하는 전우치(강동원)는 그의 심복인 개-인간인 초랭이(유해진)와 함께 청동 검을 손에 넣기 위해 양반집 과부(임수정)를 보쌈 하지만 뜻밖에 전설의 피리를 손에 얻기 위해 인간세계를 떠돌아다니는 요괴와 맞닥뜨립니다.

천관도사와 쌍벽을 이루는 화담(김윤석)은 세 신선을 도와 전설의 피리를 요괴들의 손에서 빼앗는데 나서고, 어찌어찌하다(스포일러 될까봐 중간 생략) 등장인물들이 현재 서울 한복판에 다시 나타나 달라진 세상 구경하고 요괴들과 맞서면서 피할 수 없는 최후의 대결을 펼칩니다.

 

       

일단, 할리우드의 고전적인 영웅담에 익숙하지만 뭔가 허전함을 느껴오던 우리 관객들에게 한국적인 액션 영웅이 찾아왔다는 점에서 반갑습니다.

영웅의 캐릭터가 쓸데없이 음울하거나 심각하지 않고 가벼운데 그 가벼움 속에 우리 고유의 해학과 익살이 담겨 있습니다.

또 모든 면에서 완벽한 영웅이 아니라 성격적으로나 도술적인 면에서 약점도 갖추고 있어 인간적인 체취도 느낄 수 있습니다.

판타지 액션 영화답게 실사와 컴퓨터 그래픽을 결합한 액션 장면들은 잘 세공됐습니다. 특히 서울 밤거리에서 펼쳐지는 요괴들과 전우치 사이의 차량 액션은 감독의 장기가 유감없이 발휘된 장면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냥 서 있기만 해도 '간지'가 줄줄 흐르는 강동원은 한복과 바이크 복장, 서부극에 나오는 보안관 복장 등 어떤 옷을 입어도 멋져 보이고 그 멋진 몸으로 스크린을 종횡무진 날아다니며 고난도의 액션 연기를 선보입니다. 전우치의 상대역인 화담역의 김윤석 역시스크린에 등장할 때 마다 특유의 카리스마를 뿜어냅니다.

'범죄의 재구성'에서 팜므 파탈적인 매력의 여주인공으로 나왔던 염정아는 가진 밑천이 바닥을 드러내며 정점을 지나가는 여배우 역할을 능청맞게 잘 해냅니다. 염정아가 등장하는

장면은 빵터지는 웃음은 아니지만 생각할 때마다 웃음이 실실 나오는 그런 웃음을 선사합니다.

굵직한 액션 사이사이 빈 공간을 주조연들의 코믹한 연기로 메워가며 지루함의 함정을 잘 피해갑니다.

이 역할의 대부분은 초랭이의 유해진이 떠안지만 원죄 같은 실수를 떠안고 상황 수습에 몸을 바치는 세 신선을 연기한 송영창, 주진모, 김상호 등 연기 베테랑들의 코믹연기도 좋습니다.

5백년 뒤 미래로 날아와 모든 것이 바뀐 환경에 떨어진 등장인물들이 겪는 상황에서 오는 장치를 활용한 코미디도 은근한 현실 풍자를 담고 있어 가볍지만은 않게 받아들여 집니다.

탁월한 이야기꾼 최동훈 감독은 이 영화에서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영화의 줄거리를 말로 풀어놓으면 어이없을 정도로 황당한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황당함의 나락으로 굴러 떨어질 우려가 다분한 복잡한 이야기와 자칫 균형을 잘못 잡으면 어이없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캐릭터들의 균형을 잘 잡아 녹여내 온 가족이 같이 보며 답답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즐거움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