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이 6자회담이 재개되면 평화협정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4자대화'를 가동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은 한반도 정세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평화협정 체결은 북미수교와 더불어 북한이 비핵화의 대가로 요구하는 정치적 대가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북미 적대관계 때문에 핵무기를 개발한 만큼 한국전쟁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등 평화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전쟁 위협을 느끼지 않게돼야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왔다.
때문에 북미가 북핵 6자회담과 평화체제 논의 틀을 동시에 가동하기로 한 것은 북한의 오랜 요구사항에 미국이 호응한 것으로, 향후 북핵 협상에도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관심을 모으는 대목은 최근 평화체제를 북미간 의제로 규정해온 북한이 평화체제 논의 틀로 '4자대화'를 거론했다는 점이다.
4자라고 하면 남북한과 미국, 중국을 의미한다. 북한 입장에서는 정전협정의 서명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 중국에 한국까지 포함하는 구도인 셈이다.
북한이 올초 남북간 정치.군사 합의의 무효화를 선언하는 등 핵을 포함한 한반도 정치.군사 논의에서 한국을 배제하려는 경향을 자주 보여왔다는 점에서 '4자구도'를 거론한 것은 큰 의미가 있어보인다.
우선 북한이 이른바 '통미봉남' 전술을 평화체제 문제와 관련해서 구사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엿보인다.
이는 올 8월 북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초청하고, 미국 여기자와 현대아산 직원을 각각 석방한 것을 계기로 북미관계와 한미관계를 동시에 풀어나가려는 북한의 정책기조와도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을 배제해서는 북미관계 진전에도 속도를 내기 어렵고, 북미관계에 진전이 있더라도 경제협력이나 대규모 인도적 지원 등은 한국측의 도움이 가세해야 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 평화협정 논의를 위한 4자대화(또는 회담)은 2000년 10월 북한 조명록 인민군 차수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특사 자격으로 방미했을 때 합의한 '조미공동코뮈니케'에도 담겨 있다.
이 합의는 '정전협정을 공고한 평화보장 체계로 바꿔 조선전쟁을 공식 종식시키는데서 4자회담 등 여러 방도가 있다는데 견해를 같이 했다'고 명기하고 있다.
또 2005년 6자회담 9.19공동성명에도 "직접 당사국들은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가질 것"이라는 대목이 포함됐다.
그리고 2007년 10월 제2차 남북정상회담 합의인 10.4선언에도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따라서 최근들어 다소 모호하게 규정됐던 평화체제 논의의 당사자 문제가 보즈워스 방북을 계기로한 북미대화에서 9년만에 4자(남.북.미.중) 구도로 재확인되는 셈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13일 "향후 비핵화는 9.19공동성명에서, 평화체제 논의는 '조미 공동 코뮈니케'에서 각각 관련 합의를 이행하는 형태로 풀려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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