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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전뉴스'라는 말이 있습니다. "땡"하는 신호가 울리기가 무섭게 "전두환 대통령은..."하고 시작하는 뉴스가 나오는 것을 비아냥거렸던 5공 시절 유행어입니다. 정치적 의미가 있건 없건 대통령의 말이라고 하여 빠짐없이 주요뉴스로 보도하면, 대통령의 말이 주는 무게감과 함께 이를 전하는 뉴스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집니다. SBS 뉴스의 문제점을 유형별로 정리해 보는 뉴스비평, 오늘의 주제는 대통령 말의 보도입니다.
지난주에도 이명박 대통령은 많은 말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말은 주로 자신의 새로운 정책방향을 밝히거나 암시하기보다는 이미 나와 있는 정책에 대한 강조와 설명에 치중했습니다. 지난 2일 SBS 뉴스에 따르면 4대강사업 기공식에 참석한 이 대통령은 이 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겨냥하여 "반대를 위한 반대는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또 "낡은 생각과 정치논리로는 미래를 열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SBS 뉴스는 이날 대통령의 말에 대해 어떤 분석도 하지 않고, 대통령이 "강조"했으며, "역설"했다고만 보도했습니다. 지난 4일 SBS 뉴스는 호남고속철도 기공식에 참석한 이 대통령이 "나라와 지역발전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면서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이 말을 세종시 수정과 4대강사업에 정파를 초월해 협력해 줄 것을 정치권에 '촉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뉴스가 인용한 이 대통령의 말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기 때문에 주요 뉴스로 보도할 내용이 아닙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이 두 행사에 참석했다는 간단한 보도로 끝날 수도 있었습니다.
SBS 뉴스처럼 크게 보도하려면 이 대통령의 말에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해야 합니다. 이 대통령이 4대강사업에 대한 문제제기를 '반대를 위한 반대'이며, '낡은 생각이고 정치논리'라고 규정한 데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마찬가지로 세종시 수정과 4대강사업이 그의 말처럼 '나라와 지역발전'을 위한 최선의 선택인가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대통령이 강조하고 역설하며 당부하고 촉구했다고만 보도하지 않고, 4대강사업의 문제제기에 대해 그가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 보도해야 그의 말에 대해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뉴스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나라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도 "4대강사업은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SBS 뉴스는 역시 그가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 '당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대통령의 안타까운 마음이 아니라 그가 세종시와 4대강 문제로 인한 여야, 그리고 여당내부의 긴장상황을 '정쟁'으로 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세종시 계획 수정과 4대강사업 추진은 나라발전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이는 정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4대강사업 반대는 반대를 위한 반대이고, 낡은 생각이며 정치논리다." SBS 뉴스가 전한 이 대통령 말을 꿰어 맞추어 보면 이런 뜻이 됩니다. 중요한 정책의 추진과정에서 일어나기 마련인 정치적 갈등과 긴장에 대한 대통령의 이해부족이 드러난 셈입니다. 뉴스는 이 사실을 부각시켰어야 합니다.
SBS 뉴스는 지난 8일 신종 플루가 번지고 있는 북한에 대해 정부가 치료약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인데, "인도적 차원에서 조건 없이 치료제를 지원해 주는 것이 좋겠다."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9일 뉴스는 지원 제의에 대해 북한 쪽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면 즉각 공식접촉을 제안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치료약 지원을 위한 이번 접촉이 남북관계 개선의 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그것은 논리적 비약입니다. 남북 접촉이 관계 개선으로 나아가려면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라는 원칙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입니다. '인도적 차원'과 '조건 없이'를 강조한 이 대통령의 말이 치료약 지원은 예외적인 조치일 뿐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습니다. 우리 쪽의 원칙변경이나 북한의 핵 완전 폐기는 신종 플루 문제로 남북이 접촉하다가 합의에 도달할 만큼 만만한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 2일 SBS 뉴스는 최근의 정치 상황에 대해 이 대통령에 못지않게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냈습니다. 뉴스를 마치면서 뉴스 진행자들은 "예산안 처리만 두고 보더라도 올해 국회가 최악이라는 오명을 벗어날 길이 없다. 표현이 과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왜 이런 말까지 해야 하는지 대부분은 이해하시리라 믿는다."고 개탄했습니다. 새해 예산안 처리가 헌법에 규정된 처리시한인 2일을 넘긴 사실에 대해 제시한 의견입니다. 진행자 스스로 인정한대로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넘겼다고 하여 '최악'이라고 비판한 것은 '과한 표현'이었습니다. 법정시한을 지키는 것과 중요한 국책사업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똑 같이 중요합니다. 어느 하나를 위해 다른 것을 희생시킬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국회를 비판할 때 SBS 뉴스처럼 법정시한을 강조하면 비판의 화살이 야당에 집중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여야가 충돌하면 나쁘고 의사진행이 순조로워야 한다는 인식은 민주주의가 원래 시끄러운 제도라는 사실을 생각하지 않는데서 오는 고정관념입니다.
정치는 말로써 이뤄집니다. 그러나 요즘 뉴스가 보도하는 대통령의 말처럼 일방적인 훈시로 전달되고, 시청자들이 이를 일방적으로 경청해야 한다면 진정한 정치가 뿌리내리기 어렵습니다. 대통령의 말이 어떤 정치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지를 짚어주는 뉴스, 나아가 대통령의 말에 대한 분석과 시민들의 의견까지 보도하는 뉴스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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