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볼링 포 콜럼바인'으로 오스카상을 받으면서 "부시 대통령, 부끄러운 줄 아시오!"라고 수상 소감을 밝힌 '할리우드의 악동' 마이클 무어 감독이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선다면 어떤 공약을 내세울까?
그가 에세이 '마이클 무어의 대통령 길들이기'(걷는나무 펴냄)에 쓴 10대 공약은 '화씨 9/11', '식코' 등 그의 다큐멘터리만큼 엉뚱하고 기발하며 거침없다.
▲상위 5% 부유층 자녀만 군대에 보내자 ▲비만과의 전쟁 선포 ▲대학 교육 무료 제공 ▲전 국민 건강보험 실시 ▲음료수와 팝콘 콤보 반값에 제공 ▲군인들에게 총 대신 삽 주고 우물 파게 하기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는 콜 센터 만들기 ▲부자들에게 세금 왕창 물리기 ▲국기에 대한 맹세 바꾸기 ▲케이블TV 서비스 무료 제공.
이 공약들을 설명하는 무어 감독의 말투는 그의 영화 속 내레이션 그대로다. 미국 정부와 기득권층을 가능한 한 비틀고 비난을 퍼부으면서 "그따위로 하려거든 차라리 나를 대통령으로 뽑으라"고 말하는 식이다.

"아빠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부잣집 딸들이 군용차량 험비를 운전하며 이라크 팔루자 인근을 수색하게 될 것이다. 그 차는 아빠가 소유한 브라질 광산에서 캐낸 단단한 티타늄으로 만든 것이니 폭탄이 터져도 끄떡없을 것이다. 다국적 기업 CEO의 아들이 다리를 잃고 귀향한다면 치료를 받으려고 국군병원 앞에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
"미국을 폭파시켜 버릴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사람들을 진정시키는 획기적인 방안이 있다. 제3세계 국가에서 우물을 파자. 남의 땅에 가서 남의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것보다는 가난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우물을 파고, 하수도를 만드는 일이 훨씬 가치 있다."
그 밖에도 무어 감독은 '진보가 선거에서 패배하는 6가지 전략'을 들어 진보 정치인들이 정치에서 경계해야 할 점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전 대통령을 체포해야 하는 35가지 이유'를 들어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비난하기도 한다.
적당한 지점에서 타협할 줄 모르는 그는 책에서도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보수층을 향해 원색적이고 선동적인 독설을 퍼붓는다. 그러나 시민의 정치 참여를 독려하는 그의 의견에는 새겨들을 만한 부분이 분명히 있고, 무엇보다 통렬한 유머감각만큼은 외면하기 어렵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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