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폴 해기스 주연: 토미 리 존스, 샤를리즈 테론, 수잔 서랜든 15세 관람가
이 영화의 감독 폴 해기스는 할리우드에서 둘째가라면서러워할 정도의 일급 시나리오 작가로 유명합니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 [아버지의 깃발]의 각본을 썼고, 자신이 직접 연출까지 한 [크래쉬]로 아카데미 작품상 등 5개 부문의 수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새로운 본드로 등장하는 [007 시리즈]도 각본을 강화한다며 고용한 인물이 이 사람이었구요.
[엘라의 계곡]은 2007년 작품인데 뒤늦게 우리나라에서 개봉됩니다.
헌병대 상사로 일하다 퇴역한 행크(토미 리 존스)는 이라크에 참전했다 본국으로 돌아온 아들이 탈영했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아들이 귀국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던 행크는 직접 차를 몰고 부대를 찾아갑니다.
군 수사 당국은 아들의 실종을 마약 관련 사건으로 엮어 몰아가려 하는데 부대 근처에서 아들의 참혹한 시신이 발견되고, 그 지역 경찰과 군 수사당국은 수사관할권을 놓고 갈등을 빚습니다.
행크는 헌병대 시절 습득한 수사경험을 동원해 지역 경찰서의 형사인 에밀리(샤를리즈 테론)를 도우며 죽음의 실체에 한발씩 접근해 들어갑니다.
영화는 이라크 참전 군인의 실종에 이은 살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추리 영화 형식입니다. 그 형식 속에 녹아들어 있는 주제는 ‘반전’의 메시지와 전쟁의 비인간성입니다.
메시지를 잘 녹여냈습니다. 미스터리 추리 영화로 의문의 죽음을 파헤쳐가는 과정이 영화적 흥미를 획득합니다.
하나하나 껍질을 벗기듯 죽음의 원인에 다가가며 아들과 동료 전우들이 이라크에서 겪은 일과 그 경험 때문에 망가져가는 정신이 차근차근 밝혀집니다. 중간에 극적인 사건들도 있고 액션 장면도 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쓸쓸하고 잔잔합니다.
감독은 주인공인 행크를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는 퇴역군인으로 정치적 성향은 보수 우익으로 설정합니다. 국가를 사랑하고 그 사랑 때문에 군대에 들어가 복무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이런 신념에 따라 아들을 군대에 보냈지만 결국 참혹한 시신으로 돌려받게 되는 비극을 경험합니다.
이 과정에서 행크의 신념이나 태도가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이 메시지의 설득력을 더해줍니다. 특히 아들의 시신을 발견한 뒤 아내(수잔 서랜든)와 통화하는 장면에서 두 명배우의 연기는 빛을 발합니다. 슬픔을 봇물처럼 분출하지는 않지만 자식에 사랑을 표현해왔던 방법의 차이에 대해 서로를 원망하고 부부 모두 사랑하는 자식을 앞서 보낸 비극 앞에서 겪는 참혹함과 고통의 강도는 용광로에 들어가 몸이 녹아내리는 고통보다 더한 것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교통과에서 형사과로 승진했지만 터줏대감인 고참 남자 형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에밀리 역을 연기한 샤를리즈 테론도 좋습니다.
요리조리 빠져나가려는 명민한 군 수사관과의 담판에서 호기롭게 대결해 승리할 정도로 활동적인 열혈 형사지만 혼자 키우는 아들을 어떻게 하면 남들 손가락질 안 받게 잘 키울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섬세한 어머니 역할입니다.
영화 제목 '엘라의 계곡'은 소년 다윗이 골리앗을 꺾은 전쟁이 일어났던 장소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두려움을 떨치고 나오는 용기있는 행동에 대한 성찰을 통해 겉으로 드러나는 용기보다는 그 뒤에 자리잡은 두려움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감독의 견해도 좋습니다.
전쟁을 결정하는 것은 정치인과 관료들이지만 그 전쟁의 한복판에서 참혹한 일을 겪거나 저지르며 몸과 정신이 피폐해지는 것은 아직 다 성장하지 않아 상처받기 쉬운 꽃다운 젊은이들이고 그렇기 때문에 어떤 형태의 전쟁도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합니다.
그 메시지의 가치는 지금 우리 시점에서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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