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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빙자간음죄 '위헌'…7년만에 뒤집혀

입력 : 2009.11.26 14:20|수정 : 2009.11.26 15:40

헌재 "여성의 존엄과 가치에 역행"


혼인빙자간음을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2002년 재판관 7(합헌) 대 2(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한 것을 7년 만에 뒤집은 것이다.

헌재는 26일 혼인빙자간음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임모씨 등 남성 2명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6(위헌) 대 3(합헌)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혼인빙자간음 법률조항은 남녀평등에 반할 뿐 아니라 여성을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부인하고 있다"며 "이는 여성의 존엄과 가치에 역행하는 법률"이라고 밝혔다.

이어 "개인의 성행위는 사생활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부분으로, 국가는 최대한 간섭과 규제를 자제해야 한다"며 "성적인 사생활의 경우 다른 생활영역과 달리 형법을 적용하는데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최근 우리 사회에 성개방적인 사고가 확산되면서 성과 사랑은 법으로 통제할 문제가 아닌 사적인 문제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며 "성적자기결정권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여성의 착오에 의한 혼전 성관계를 형사법률에 의해 보호해야 할 필요성은 미미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강국·조대현·송두환 재판관은 "해당 법률 조항은 혼인을 빙자해 부녀자를 기망하고 간음한 남자를 처벌함으로써 부녀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보호하려는 것"이라며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한 법률"이라고 반대의견을 냈다.

이어 "혼인빙자간음 조항에서 부녀만을 보호 대상으로 규정한 이유는 남녀의 신체구조가 다르고 성관계에 대한 윤리적·정서적 인식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며 "남성이 혼인할 의사가 없으면서 혼인하겠다고 속이는 행위까지 보호해야 할 사생활의 영역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형법 304조는 '혼인을 빙자하거나 속임수로 음행의 상습이 없는 부녀를 기망해 간음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소원 청구인들은 "진실을 전제로 한 혼전 성교의 강제는 도덕과 윤리의 문제에 불과하고 형법이 개인의 사생활 영역까지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에서 법무부는 혼인빙자간음죄가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반면 여성부는 피해자를 여성으로 한정한 것은 여성 비하로 이어질 수 있어 남녀평등에 어긋난다며 폐지 입장을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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