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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투자손실 100% 배상판결 파장 예고

입력 : 2009.11.23 10:18

배상액·원고수 등 면에서 새 이정표 세워


펀드 투자자 210여 명에게 60억여 원을 배상하라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은 원고 수와 배상액 규모는 물론 운용사에 100% 배상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23일 법원에 따르면 담당 재판부인 민사합의 46부(임범석 부장판사)가 펀드 운용사인 우리자산운용과 수탁사인 하나은행에 손해액을 전액 돌려주라고 판결한 것은 손실을 유발한 책임이 전적으로 약정을 위반한 운용사와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수탁사에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상품 가입시 투자자들에게 지급된 투자설명서에 투자 대상인 장외파생상품의 거래처를 BNP파리바로 명시한 것은 법적인 효력을 갖는 '약정'이 성립한 것이어서, 아무 협의 없이 이를 리먼브러더스로 바꾼 것은 명백한 약정 위반으로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손해액은 거래처를 파산한 리먼브러더스가 아닌 BNP파리바로 유지했다고 가정해 득실 정도를 따졌을 경우 변론종결일(9월 21일) 기준 투자원금의 81.039%가 보존됐을 것으로 보고 61억 원으로 산정했다.

이는 원고측이 투자원금을 손해액으로 간주해 76억 원을 청구한 것과 차이가 나지만 손해액을 100% 반영한 액수다.

법적으로 펀드 투자자가 추정 손해액에 대해 100% 배상 판결을 받아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펀드 소송은 투자자가 승소해도 배상 범위를 손해액의 50% 내외로 제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이번 판결은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6부(정호건 부장판사)가 '우리투스타파생상품KW-8호'와 관련해 투자자 52명이 18억 원의 투자원금을 돌려달라며 낸 유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것과는 상반된 것이어서 상급심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재판부는 운용사가 투자상품 거래처를 리먼브러더스로 임의로 변경한 것을 재량권 내에 있는 행위로 판단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판결은 원고 수와 배상액 등 규모 면에서 국내 펀드 소송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지난 해 세계경제를 강타한 금융위기 속에 펀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인터넷카페를 중심으로 피해자 모임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펀드소송이 줄을 이었다.

그 뒤 10명 안팎의 투자자들이 펀드 소송에서 일부 승소한 적은 있어도, 수백 명 단위의 투자자가 집단소송에서 승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펀드소송에서 60억 원이 넘는 배상 판결이 난 것도 전례를 찾기 어렵다.

지난 2000년 러시아국채펀드에 투자했다 러시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으로 '깡통'을 찬 20여 명의 투자자가 낸 소송에서도 투자액의 50%인 10억여 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을 뿐이다.

그밖에 대우채 등과 관련된 금융회사들 간의 펀드 소송도 있었지만, 배상액 규모가 커도 20억~30억 원에 그쳤다.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선 '역외펀드 선물환 계약 피해자 소송모임' 회원인 강모 씨 등 400여 명이 국민은행 등을 상대로 54억 원의 투자손실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내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