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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에 수능 응원도 '조심조심'

입력 : 2009.11.12 10:36


2010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2일 전국 고사장 입구에는 신종플루의 영향으로 응원 나온 학생들 숫자가 예년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

교육 당국이 신종플루 감염을 우려해 학생들에게 응원을 자제할 것을 지시해 일부 고사장은 아예 응원이 없었고, 일부 학생들은 학교에서 나눠준 마스크를 쓰고 응원하기도 했다.

고사장 입실 마감 시각인 오전 8시10분이 임박해 경찰 순찰차나 오토바이 등을 타고 수험장에 도착한 지각생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급히 교문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학생들과 함께 고사장에 나온 학부모들은 입실이 끝나 고사장 철문이 닫히고 나서도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상기된 표정으로 두 손 모아 기도하며 자녀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 신종플루 탓에 고사장 응원도 위축 =

0...양천구 신정3동 금옥여고 앞에는 선배 수험생들을 응원 나온 학생들이 한 명도 없어 적막한 분위기였다.

대신 자녀들을 데려온 학부모 20여명만 교문 앞에 남아 초조한 표정으로 고사장 안쪽을 응시하며 자녀들이 별 탈 없이 수능을 잘 보기를 기원했다.

이혜숙(48.여)씨는 "지난주 우리 애가 신종플루 유사 증상이 생겨서 집에서 쉬었는데 어제도 열이 조금 나 약을 먹였다. 다행히 발열체크를 통과해 일반 수험장에서 시험 보는데 어떻게든 오늘 하루만 잘 버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남구 도곡동 숙명여고 앞에도 응원하는 학생은 30~40명밖에 되지 않아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 고사장에서 시험을 보는 은광여고는 학생 대신 교사들이 나와 수험생을 격려했다.

은광여고 교사 조효완(55)씨는 "신종플루도 있지만 올해는 수험생이 8만명 정도 늘어나 학생들이 적잖이 불안해한다"며 "아이들에게 평상심을 잃지 않고 평소 실력대로만 시험을 잘 치르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신종플루 탓인지 자원봉사자나 학생들이 수험생을 위해 내놓은 커피와 녹차 등 음료수는 인기가 떨어졌다.

숙명여고 앞에서 음료 봉사를 한 도곡2동 새마을부녀회 소속 안경자(58.여)씨는 "신종플루 탓에 학생들이 먹을 것을 잘 안 찾는 것 같다"며 "대신 자녀들을 위해 추운 곳에서 떨고 있는 학부모들에게 음료를 나눠줬다"고 전했다.

= "그래도 응원은 해야죠" =

0...교육 당국의 자제 요청에도 일부 고사장 입구에는 새벽부터 자리를 잡고 선배를 응원하는 후배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학생들은 유행가에 교가 가사를 붙여 만든 응원가를 부르거나 발을 구르면서 응원 구호를 외치며 고사장에 들어서는 선배들을 격려했다.

중구 명동2가 계성여고 앞에는 경기여상과 경기상고 학생들이 '수능대박' '내년에는 보지 맙시다' 등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걸고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경기여상 2학년 김기쁨양은 "학교에서 응원을 자제하라고 했지만 수능 보는 선배들을 위해 나왔다"며 "오늘 날씨도 춥고 신종플루 때문에 아픈 선배도 많은데 아무쪼록 다들 시험을 잘 쳐서 좋은 대학에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상고 2학년 박혜원양은 "평소 공부한 것만큼 떨지 말고 학교 시험이라 생각하고 마음 편하게 시험을 치라고 응원했다"고 말했다.

종로구 청운동 경복고 앞에는 용산고 학생 30여명이 학교에서 나눠준 파란색 마스크를 쓰고 응원전을 펼쳤다.

재수생 아들과 함께 고사장을 찾은 이주범(50)씨는 "올해 아들의 모의고사 성적이 꾸준히 잘 나와서 기대가 크다. 오늘 시험 때 평소의 90% 정도만 실력을 발휘해주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수험생 이상윤군은 "어제 평소보다 일찍 자서 그런지 몸 상태가 좋다"며 "부모님도 부담 갖지 말고 시험 잘 보라고 말씀해 편안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지체장애 수험생들도 '분투' =

O...이날 오전 지체장애 학생 수십 명도 별도 고사장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경운학교에서 시험을 치렀다.

이날 경운학교에서는 뇌성마비 수험생 34명 중 미응시자 5명을 제외한 29명이 수능 시험을 봤다.

홀로 거동하기 어려운 이들은 대부분 부모나 담임교사의 손을 잡고 시험장에 나타났고, 부모들은 수험생들이 자리에 앉고 나서도 당분간 떠나지 않고 옆에서 이것저것 도와주는 모습이었다.

22명의 학생들은 감독관이 OMR(Optical Mark Reader) 카드를 대신 작성해 줬으며, 시험시간은 일반 학생의 1.5배로 길어 이날 오후 9시5분에 5교시가 끝난다.

신월동에서 온 수험생 강모(19)군은 "비록 제 몸이 불편하지만 최선을 다해 수능 시험을 보겠다. 친구들도 열심히 하라고 응원을 많이 해줬다"고 말했다.

아들 전모군을 데려온 류모(55.여)씨는 "긴장되고 떨리는 것이 수험생을 둔 다른 부모들 마음과 똑같은 것 같다"며 "집에서 모의고사를 많이 풀어봤는데 11시간 이상 걸려 진이 빠지더라. 아이가 기운을 차려서 끝까지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시험장 감독들도 '조심조심' =

0...이날 시험장 감독을 맡은 교사들도 구두 대신 운동화를 신고 오는 등 수험생들을 위해 각별히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교실에서 오가는 감독관의 구둣발 소리로 집중력이 흐트러진다는 수험생들의 문제 제기를 의식했기 때문인지 이날 수험장에는 운동화를 신고 온 감독관들이 많았다.

수험생 중에서도 올해는 신종플루 등 건강 문제가 대두함에 따라 전통적인 수험 복장인 교복보다는 운동복 등 편한 옷차림을 선택하는 실속파가 많았다.

서울고에서 시험을 치른 재수생 강찬석(20)씨는 체온 조절을 위해 반바지를 입고 와 눈길을 끌었다.

강씨는 "신종플루에 걸린 것은 아니지만 몸에 열이 많은 체질이어서 체온 조절을 위해 반바지를 입고 왔다"고 말했다.

= 서울 아침 교통 '원활' =

0...이날 공무원의 출근 시간이 늦춰지고 시민이 대중교통을 이용한 덕분에 서울시내 교통은 원활했다.

경찰청은 이날 전국 1천124개 시험장 주변에 경찰 1만5천여명과 모범운전자 등 협력단체 6천100여명, 순찰차와 사이드카 3천227대를 배치해 수험생 수송을 지원했다.

경찰은 서울 시내 교통은 특별히 정체된 구간이 없었으며, 수도권에서는 경인고속도로 서인천IC∼가좌IC 구간에서 일부 정체가 있어 고속도로 순찰차량이 수험생을 긴급 지원한 것 외에는 차량 흐름이 원활했다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서울에서는 수험생을 긴급 수송한 것은 526건이고 수험표를 찾아준 사례는 5건 정도였는데, 특별히 차량 흐름이 막힌 지역은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전국에서는 1천106명의 수험생을 긴급 호송했고 33명에 대해서는 수험표를 찾아줬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7시30분 아차산 삼거리에서 수험생을 태운 차량이 자전거와 교통사고를 내 강동경찰서 소속 순찰차가 수험생 김모(19)양을 강동구 상일동 상일여고까지 수송했다.

= 신종플루 폐렴 환자 병원서 투혼 =

0...이날 신종플루 감염 확진을 받거나 및 의심 환자로 분류된 수험생들도 고사장에 별도로 마련된 분리시험실에서 수능을 치른 가운데,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고 폐렴으로 입원한 환자도 중환자실에서 시험을 봤다.

교육 당국에 따르면 재수생 A씨는 이대목동병원 중환자실에서 입원한 상태로 시험을 봤다.

이 환자는 최근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고 폐렴 증세를 호소하고 있지만 시험을 보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아 교육 당국은 A씨가 병원에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조치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