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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종이가 달러로?…국제사기단의 마술쇼

입력 : 2009.11.10 13:11|수정 : 2009.11.10 15:51


4일 서울 광진구의 한 호텔 객실에서 무역업자 배모(50) 씨는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목격했다.

돈처럼 보이는 검은 종이를 특수약품을 섞은 액체에 넣었더니 100달러 지폐로 변한 것이다.

배 씨는 마술 같은 장면을 보여준 라이베리아 출신 사업가 P(37)씨에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두 사람은 이틀 전 서울 강남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난 사이였다.

P씨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라이베리아 내전 당시 미국 정부에서 무기를 구입하라며 500만 달러(약58억 원)와 500만 파운드(약 97억 원)를 지원했는데 라이베리아 국립은행 총재를 지낸 지인이 이를 빼돌렸다는 것.

P씨는 이 돈을 전부 약품처리해 검은 종이로 바꾼 뒤 외교행낭을 이용해 국내로 들여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돈을 본래 달러와 파운드로 변환할 아파트를 제공하고 9천 달러(약 1천200만 원)만 투자하면 우리가 보관하고 있는 돈의 10%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귀가 솔깃한 제안을 받은 배 씨는 그 자리에서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자금이 많이 필요하니 지금 묵고 있는 호텔 객실에서 작업을 진행하라. 추가 숙박비는 내가 내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배 씨가 집에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보니 P씨의 행동은 여러모로 수상했다.

속을 들여다볼 수 없는 외교행낭을 이용할 수 있으면 굳이 지폐에 약품처리를 할 이유가 없을 것 같았다. 또 검은 종이를 달러로 바꾸는 장면을 자신에게 보여준 것도 사기 수법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고민 끝에 배 씨는 서울 성동경찰서에 P씨를 신고했고, 경찰은 호텔로 출동해 P씨 등 라이베리아인 3명을 체포, 10일 사기미수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거액의 외화는 갖고 있지 않았으며, 배 씨에게 돈을 받으면 곧바로 달아날 작정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미리 약품처리를 해 검게 변한 100달러 지폐를 준비한 뒤 특수한 약품을 섞은 물에 넣어 검은색을 빼내는 마술쇼(?)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호텔 객실에서 이들이 사용한 약품을 발견, 한양대 화공과에 의뢰해 약품의 정체를 밝혀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지난달 중순 입국했으며, 서울 강남의 대형 호텔 커피숍 등을 돌아다니며 범행 대상을 물색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