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2009년 현재 전 세계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더 빨리 뜨거워지는 추세에 있다. 한반도의 온실가스 농도는 계속 증가중이며 메탄가스의 농도는 동북아 주요 국가는 물론 세계평균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변가에 상어가 출몰하고 열대 야자수가 제주도를 넘어 태안 진해까지 뿌리내리는 등 한반도의 생태지도 또한 급격하게 달라지고 있는 현실. 머지않아 한반도는 사계절 구분 없는 아열대 기후가 될 것이라는 예측들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그러나 온난화로 인한 변화는 단지 날씨의 변화, 풍경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서울시 면적의 4배가 넘는 한반도의 땅이 높아지는 해수면에 침수될지 모른다는 뜻이기도 하며, 해안으로 밀려온 바닷물에 의해 지하수가 오염돼 식수와 농업용수의 심각한 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는 가설과도 맞닿아 있다. 집중호우로 토양이 유실되어 가까운 미래에 우리나라도 전체 면적의 2%가 사막이 될 것이라는 예측마저 제기되고 있는 현실. 그러나 최악의 시나리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제껏 한반도가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강력한 위력의 태풍, 이른바 '슈퍼 태풍'의 등장을 경고한다. 2002년 '루사'와 2003년 '매미'가 해수 온도가 올라간 미래의 한반도를 다시 찾는다면, 그 위력은 어느 정도일까? 슈퍼컴퓨터는 슈퍼 태풍을 예측해냈다. 슈퍼태풍은 열차의 탈선 사고를 일으키고, 수도권의 홍수 조절을 담당하는 소양강댐과 충주댐의 한강 수위 조절 능력을 무력화시킨다. 전문가들의 예측대로 하루 1000mm 이상의 폭우를 동반하는 초속 60미터의 슈퍼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했을 때, 이 땅에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지만 진정한 온난화의 재앙은 슈퍼 태풍이 지나간 뒤에도 오랫동안 지속된다. 슈퍼 태풍은 '매미'가 그랬듯 발전소의 가동을 중단시키고, 송전탑을 무너뜨리며, 송전 선로를 끊고, 전신주를 뿌리 채 뽑아 한반도를 어둠 속으로 침잠시킬 것이다. 전국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전력 공급 시스템 하에서 전력 수요가 공급을 초월할 때 '한반도 전체 정전'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더욱이 온난화가 진행되면 강물의 증발량이 더 많아지기 때문에 강우량이 많아지더라도 강의 수계는 낮아진다. 이때 모든 전기 발전의 기본이 되는 냉각수 부족으로 발전기가 가동을 멈추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냉각수가 모자라 원자력 발전 가동률을 낮춰야 했던 건 이미 유럽에서 실제 일어났던 일이다. 어느날 갑자기 한반도에서 전기가 증발하게 된다면? 복구할 전력조차 고갈 되어버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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