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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비평] 세종시·북한 이명박 대통령 초청설

입력 : 2009.10.2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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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화소양(隔靴搔痒)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신 신고 발바닥 긁기’라는 뜻입니다. 설명을 열심히 하긴 하지만, 변죽만 울리고 핵심으로 들어가지는 못할 때 쓸 수 있는 말입니다. 요즘 SBS 뉴스를 시청하면서 이 말이 생각날 때가 간혹 있습니다. 세종시 문제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이명박 대통령 초청 설을 보도한 뉴스가 그렇습니다.

세종시 추진계획을 대폭 수정한다는 정부 방침은 심대평 총리기용이 무산되고, 총리로 지명된 정운찬 후보가 계획수정의 필요성을 제기함으로써 오래 전 이미 기정사실로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지난 한 주일 동안SBS 뉴스는 아직도 정부와 여당이 세종 시 계획의 수정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듯이 보도했습니다. 14일부터 20일까지의 뉴스에 따르면, 세종 시 관련 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는 ‘여권 고위 관계자’의 말을 청와대가 공식적으로는 부인했습니다. 정부는 정운찬 총리 주도로 세종 시 계획 수정안을 만든 뒤 여론수렴을 거쳐 입장을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에는 타협이 있어선 안 된다며 세종 시 문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청와대는 대통령의 발언이 세종 시와는 관계가 없는 원론적 얘기였다고 한발 물러서고, 세종 시 계획을 수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는 한나라당의 발표가 나왔습니다. 이미 결과를 다 알고 있는 경기의 중계를 재방송으로 듣고 있는 것과 같은 보도가 이어진 것입니다.

세종시에 대한 방침이 섰다면 정부는 그대로 발표하지 않고 왜 뜸을 들이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제기될 수 있습니다. ‘행정복합도시’ 세종 시 계획에는 노무현 정권의 국정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수도권이 정치 경제적 자원을 독점하는 체제에서 벗어나자는 것입니다. 국정철학이 다른 이명박 정권이 이 정책을 이어받는다는 것은 처음부터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기득권을 가진 서울시민들과 이전 대상이 되는 공무원 사회의 반발이 뒤따랐고, 이들이 여론을 주도함으로써 행복도시에 대한 강한 반대여론을 형성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습니다. 이제 정부와 여당의 고민은 세종 시 계획을 수정할 것인가, 아닌가가 아니라 세종 시 계획의 수정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공식화하는 것이 후유증을 줄이면서 목표를 이룰 수 있는가로 바뀐 것입니다. 그래서 이 대통령에게는 선봉에 정 총리를, 후미에 박근혜 전 대표를 배치하여, 행복도시 수정에 대한 반발을 최소화 시킬 수 있는 체제를 갖추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 사이 정부는 세종 시 논의를 계속 노출시켜 김을 빼 냄으로써 증기의 압력을 낮추고 있는 것입니다. 

세종시 문제 보도의 핵심은 이 부분입니다. 뉴스는 정부가 세종 시 계획의 수정을 어떻게 관철시키려 하며, 이것이 정치권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 것인가를 추적해야 합니다. 김정일 북한 위원장의 이 대통령 초청 설 파문에 대한 SBS 뉴스의 분석은 매우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석의 근거를 밝히지 않아 상식 선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분석이 되었습니다.

지난 19일 SBS뉴스에 따르면 김정일 위원장이 이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했다는 미 국방부 고위관리의 말이 파문을 일으키자 백악관이 우리 정부의 요청에 따라 국방부의 오해라고 신속하고 명쾌하게 해명했다고 합니다. 문제의 분석은 이 보도에 뒤이어 나왔습니다. 한미관계에 엇 박자가 나고 더 나아가 외교 마찰로 비화되기 전에 백악관이 직접 나서 조기 진화에 나선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우리 정부의 입장은 남북 정상회담을 공식제의 받은 것도 아니고, 김 위원장의 초청을 받은 것은 더더욱 아니라는 것입니다. 미 국방부가 이를 잘 못 알고 확대 해석했다면 미국 쪽이 신속히 해명한 것으로 충분합니다. 문제는 국방부 관리의 발언이 왜 한미관계의 엇 박자로 비쳐지고, 외교마찰로 비화될 수 있다고 뉴스가 분석하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이보다 하루 전인 18일 뉴스는 지난 10일 베이징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원자바오 총리가 김 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청와대 핵심관계자의 말을 보도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이 사실을 미국 쪽에 통보한 것이 미국 쪽에서는 김 위원장의 초청 설로 확대되는 오해가 일어났다는 설명입니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선 핵 폐기’ 원칙을 들어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청와대는 왜 이 이야기를 한중 정상회담 당시에는 밝히지 않고, 남북 정상회담 제의 설이 미국발로 보도되자 뒤늦게 밝혔는가? 더욱이 이제 와서도 사실상 정상회담 제의를 받은 것 자체를 부인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 뉴스의 추적대상입니다. 하지만 SBS 뉴스는 미 국방부 관리의 발언 파문조차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정도의 보도로는 시청자들이 사건의 전모를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과 관련하여 미국 쪽과 긴장이 조성되고 있는지, 있다면 어떤 성격의 긴장인지를 뉴스가 짚어주었어야 합니다.

지난 주 SBS 뉴스는 진보적인 인사들이 적극적인 현실정치 참여를 표방하며 모인 ‘희망과 대안’ 창립식이 보수단체 회원들의 방해로 무산됐다는 소식과 미국산 쇠고기를 공무원이 이용하는 정부종합청사 구내 식당들은 외면했고, 과천 정부청사를 경호하는 전경부대에는 공급했다는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정치 사회적 이슈는 가려운 데를 제대로 긁지 못하고, 시청자들의 관심도가 높은 소식들은 빼버린 뉴스가 무엇으로 시청자들을 붙잡을 수 있을 지를 생각해보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