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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군의 반란(1) "친환경도 물렀거라"

권태훈

입력 : 2009.10.14 15:25|수정 : 2009.10.15 08:35


올해 2년째를 맞고 있는 고성군의 생명환경농법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현 이학렬 고성군수가 자연농법의 대부로 불리는 지구촌자연농업연구원 조한규 원장으로부터 직접 사사를 받아 경남 고성군에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친자연적인 농법으로, 이 군수는 '친환경'이라는 단어가 이미 사용되고 있어, 이것과의 차별화를 위해 고민끝에 '생명환경농업' 이라는 쓰게 됐다고 한다.

생명환경농업은 일단 농약이나 비료를 전혀 쓰지 않는다. 현재 '유기농' '친환경'이라는 단어가 붙은 농산물에도 약간의 농약이나 비료는 뿌려진다. 그런데 이 군수는 생명환경농업은 정말 농약, 비료를 하나도 안쓴다고 한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싶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성군이 이를 실증적으로 입증해 보이면서 국내 농업계에 일대 변혁을 일으키고 있다.

생명환경농업의 핵심은 땅에 있다. 땅이 살아있어야 하고, 땅이 스스로 숨쉴 수 있는 환경만 조성된다면, 식물들은 스스로 잘 자라게 된다는 거다. 결국 농약이라는 건 사람들이 자연의 질서를 흐트리는 과정에서 만들어낸 부작용의 산물이라는 게 이 군수의 설명이다. 실제 고성군의 무농약, 무비료 논의 작황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다른 지역에 비해 20-30%이상 생산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농법의 핵심은 토착미생물에 있다. 어느 지역에나 그 지역에 맞는 토착미생물이 있고, 그 미생물들이 땅을 숨쉬게 한다는 논리다. 활발한 미생물 활동으로 살아난 땅은 사람 발자국이 금세 없어질 정도로 푹신하다.



아무튼 이 토착미생물을 인공배양해 논에 뿌려 땅의 체질을 개선한 뒤 벼를 심으면 농약도 비료도 필요없다는 거다. 이렇게 되면 모내기도 3Cm이상 깊이 할 필요가 없고, 줄기당 간격도 현재보다 2배 넓게 듬성듬성 심어도 된다. 벼 잎사귀들이 햇빛을 자유롭게 받도록 하기 위해서다. 모내기를 절반밖에 하지 않는데 쌀생산은 오히려 더 많다는게 언뜻 이해가 안되겠지만, 햇빛을 잘 받아 튼튼하게 자린 벼는 포기당 이삭수가 2배이상이 된다는 뜻이다.

또 모내기를 3Cm밖에 안하는 데도 수확때 뿌리를 보면 기존 벼보다는 2배이상 더 길고 튼튼하다. 땅이 미생물때문에 스폰지 처럼 살아있기 때문에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릴 수 있다는 거다. 그만큼 많은 영양소를 빨아들일 수 있다는 얘기고, 뿌리가 깊다보니 태풍이 와도 잘 쓰러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 군수는 차라리 태풍이 오면 생명환경농법의 진가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우스개 소리를 할 정도다.

토착미생물 인공배양도 어렵지 않다. 나무상자에 고두밥을 3분의 2 정도 넣고 한지를 덮어, 주택이나 농지 인근에서 부엽토 위에 일주일 정도 두면 된다. 고두밥을 미끼로 채취한 토착미생물은 다시 설탕이나 쌀겨 등과 섞어 일주일 정도 더 배양한 뒤 논 1000 제곱미터당 토착 미생물 150킬로그램을 뿌리면 된다. 그것도 듬성듬성 뿌려놓으면 자기들이 번식한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만 준다는 게 생명환경농업의 또다른 원칙이다. 따라서 비료를 쓰지 않는 대신 논에 우렁이나 오리를 풀어놓거나 막걸리, 쑥, 미나리 등을 섞어 만든 천혜녹즙을 넣은 유인살충액으로 병충해를 방제한다. 당귀나 마늘, 생강 등 한방재료에 미생물을 배양해 녹즙과 희석해 수시로 뿌려주는 게 비료 대신 뿌려주는 전부다.

고성군은 우리나라 전체 논 100만ha가 이 농법을 쓰면 재배때 필요한 농약비용 1조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농가에서는 적어도 1년에 10차례 이상 농약을 뿌려야 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 인건비도 줄일 수 있다. 정말 꿈같은 얘기지만, 고성에서는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 때문에 금년에 이명박 대통령, 한승수 전 총리, 장태평 장관, 30여곳 지자체 단체, 일본 학자등 2000명 이상이 고성 생명환경농업 현장을 다녀갔다. 장 장관은 지난해는 우연이었다 치고, 올해마저 농약을 치는 다른 지역보다 벼수확량이 더 많다면 자신의 직을 걸고 내년에는 이 농법을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하겠다고 말할 정도다.

지난달 기자단이 고성군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지난해 작황은 우연이지 않을까 반신반의 했는데 올해 예상 작황을 보면서 정말 우리 농업의 대변혁이 일어나는 것 아닌가 가슴마저 설렐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