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생활·문화

[영화이야기] 디스트릭트9 - 조합의 독창성

남상석

입력 : 2009.10.12 10:36|수정 : 2009.10.28 10:58


남상석의 영화이야기디스트릭트9 (감독: 닐 블롬캠프, 주연: 샬토 코플리, 존 섬너,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이나 배우 이름이 생소하실 겁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영화거든요. 감독에게 이 영화는 데뷔작이고요. 하지만 제작자는 유명한 감독 피터 잭슨입니다.

아주 독창적인 작품은 아니지만 익숙한 것들을 끌어와 조합해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솜씨가 뛰어납니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상공에 거대한 원형 우주선이 불시착하고(하늘에 둥둥 떠 있으니 정확히 말하면 불시착은 아닌 셈입니다.) 인간들은 그 속에 타고 있던 수많은 외계인들을 요하네스버그 인근에 '디스트릭트 9'이라는 수용소에 가두고 28년 동안 존속시킵니다. 외계인들과 그 속에 들어가 각종 범죄를 일삼는 일부 콩고인들 때문에 '디스트릭트9'은 바깥 인간의 안위를 위협하는 존재로 떠오르고 외계인들을 담당하는 'MNU'라는 기구는 이들을 도시에서 더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옮기는 강제 이주를 계획 합니다.

'MNU' 고위 간부의 사위인 주인공 비커스(샬토 코플리)는 법 없이 살 사람 같은 선량한 시민이자 직원인데 갑자기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임명돼 이주동의서에 외계인들의 서명을 받는 막중한(?) 임무를 시작합니다.

그러던 중 비커스는 정체불명의 외계물질에 노출되고 이후 몸의 일부가 외계인으로 변해가는 끔찍한 일이 발생합니다. 비커스에게는 끔찍한 사건인 이 일이 'MNU'에게는 외계인의 유전자에만 반응하는 강력한 살상능력을 지닌 외계 무기를 작동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하고 비커스를 생으로 해부하려 시도합니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인 비커스는 힘들게 탈출해 '디스트릭트9'으로 숨어듭니다. 

이주 작전의 진행, 비커스와 그 주변을 소개하는 영화 초반은 다큐멘터리와 뉴스 생방송의 형식으로 전개됩니다.

일부러 흔들리는 화면과 전후 맥락을 알듯알듯한 여러 사람들의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내용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키다가 중반 이후에는 추격전과 액션이 등장하는데요.

[스타워즈], [에이리언], [아이언맨], [트랜스포머]등 우리가 많이 보아왔던 SF 영화에서 여러 요소들을 차용합니다. 영화에서 설정한 외계인의 특성이 두드러지는데요. 고양이 먹이 깡통에 환장하는 습성에 그럭저럭 인간과 의사소통이 되는 수준으로 영화 속 인간들은 자신들보다 좀 열등한 존재로 여기고 그렇게 대우합니다.

영화의 무대가 흑인에 대한 오랜 차별과 탄압이 이뤄졌던 남아공이라는 점도 특이합니다.

외계인 대신 흑인을 갖다놓으면 바로 그 나라의 부끄러운 역사가 되니까요. 인종 차별과 거대 조직의 탐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데 효율적인 표현방식을 선택했습니다.

현실의 'UN'을 상징하는 듯한 'MNU'라는 조직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이 아니라 작동 메커니즘의 중요한 동력이 되는 설정을 하나 끼워 넣음으로써 보다 그럴 듯하게 그려집니다. 중반 이후부터는 가공할 파괴력의 외계인 무기와 마지막에 주인공이 입고 싸우는 갑옷 수트 등 SF 장르에 익숙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장치를 통해 짜릿한 쾌감을 주는 액션씬들이 많이 펼쳐집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기발한 상상력이 아니라 기존의 요소들을 긁어모아 약간의 변형을 통해 배열하고 조합해 독창성과 완결성을 성취해내는 능력에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습니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