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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건설 자금부장 고급빌라서 빈촌 옮긴 사연

입력 : 2009.10.09 14:24

은신 어렵다고 판단한 듯…낮엔 두문불출


회삿돈 1천90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동아건설 자금부장 박모(48)씨가 당초 도피처로 선택한 곳은 이웃끼리 별로 교류가 없는 부유한 빌라촌이었다. 

9일 오전 연합뉴스 기자들이 찾아간 서울 강동구 상일동의 빌라촌에는 가끔  차량만 지나다닐 뿐 인적이 드물었다. 

이곳은 박 부장이 회사의 전 직원 권모(32.여)씨와 함께 경찰의 추적이 시작된 7월부터 9월까지 2개월 정도 숨어있던 곳. 

빨간색 벽돌 담으로 둘러싸인 3층짜리 빌라 건물 주변에는 주로 외제차나 국산 고급 승용차가 주차돼 있었다. 

또 빌라 관리 직원들이 조를 짜 수시로 순찰하고 있어 언뜻 보기에도 부유층 인사들이 살고 있다는 느낌을 줬다. 

박 부장이 숨어지내던 집은 면적 230㎡(70평) 가량의 고급 빌라로 시가로는  15억원 정도.

그는 이곳에 전세금 3억3천만원을 내고 입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의 빌라들이 대부분 200∼260㎡대로 넓고 주민들은 대부분 의사나 변호사, 교수 등 고소득 전문직이라는 것이 주변 부동산 중개업자의 전언이다. 

이 중개업자는 "아파트처럼 관리를 해주면서 주택 느낌도 나지만 일반 주택처럼 이웃끼리 부대끼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주로 산다. 아무래도 고소득 전문직이  살다 보니 서로 사생활을 잘 지켜주고 간섭을 안 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박 부장은 낮에 외부출입을 거의 하지 않아 이웃 주민의 눈에 띄지 않았고, 빌라 관리실 직원과 교류도 거의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주민은 "남녀가 깔끔한 인상이었지만 나이 차가 있어 보여 조금 이상하기도 했다. 거의 볼 수가 없어 사는게 맞나 했는데 밤이나 새벽에만 들락거리더라"라고 했다. 

또 2년 넘게 이곳에서 일했다는 관리실 직원도 "이곳에 (박 부장이) 산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통 얼굴을 볼 수가 없었고 얘기도 한마디 나눠보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박 부장은 이곳이 도피하기에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듯 오래 살지는 못하고 송파구 방이동에 있는 다세대주택으로 이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추적이 계속되니 주거지를 한번 옮겨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부유한 곳에 살면 주목을 받을 수 있으니 작은 집으로 옮긴 것 같다"라고 추측했다. 

새로 옮긴 집은 면적 60㎡ 정도 크기에 월세는 40만원이었다.

이 집은 TV와 냉장고, 가구 등이 갖춰져 있는 곳으로 대규모로 이삿짐을 꾸릴 여유가 없는 박 부장이 거처를 옮기기에 좋은 곳이었다. 

일반 도로에서 300여m나 깊숙이 들어가야 나오는 이 지역은 그나마 서민들이 사는 곳이어서 이웃끼리 교류가 아예 없는 곳은 아니었지만, 박 부장은 이곳에서도 낮에 바깥출입을 거의 하지 않으며 이웃과 얼굴을 마주치지 않았다. 

한 주민은 "여자는 밖에 나올 때면 하얀색 모자를 쓰고 다녔는데 남자는 거의  낮에 안 나왔다. 딱 한 번 얼굴을 봤다"며 "밤에만 나오는 것으로 봐서 레스토랑 같은 것을 운영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