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시사토론' 진행 김형민 SBS보도제작국장
"시청률이 높지는 않지만, 우리로서는 5주 연속 경쟁 프로그램을 이겼다는 점이 큰 의미가 있습니다. 시청자들의 취향과 패턴이 달라졌음을 반영하는 것이니까요."
'SBS시사토론'을 진행하는 김형민 SBS보도제작국장은 4일 이렇게 말하며 고무된 표정이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SBS시사토론'이 지난 10년간 토론 프로그램 지존 자리를 지킨 MBC '100분 토론'을 시청률 면에서 5주 연속 앞서며, 지상파 3사 토론 프로그램 시청률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3사 토론 프로그램은 같은 날 맞붙지는 않지만, 모두 오후 11시나 자정이 넘은 심야에 방송되면서 없는 시청률도 만들어내야 하는 처지는 같다.
김 국장은 "그동안 '100분 토론'의 아성에 맞서기 위해 SBS 토론프로그램은 이름과 진행자가 여러 차례 바뀌었는데 그러는 과정에서 우리도 어느 정도 내공이 쌓인 게 아닌가 싶다"며 시의성 있는 주제와 화제성 있는 패널을 선정한 것이 경쟁력의 요인이었다고 분석했다.
"세종시 문제는 그동안 몇 차례 다뤄졌지만, 정운찬 총리 청문회 직후에 방송했고, 그룹 2PM 재범 사태가 발생하자 곧바로 그 주에 '2PM 재범 여론재판'을 다룬 것 등 매주 가장 뜨거운 주제가 뭘까 고민합니다. 그러다 보니 방송이 금요일인데 수요일에야 그 주 방송 주제가 결정되기도 하죠. 항상 숨이 가쁩니다. 사회자로서 토론 주제에 대해 무식하면 안 되니까 방송 전까지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요."
그는 "2PM 사태를 다룰 때는 초등학생, 여중생들이 울면서 제작진에 전화를 걸어왔고, 2PM의 팬 6만 명이 속해 있다는 한 팬클럽에서는 그 주제를 다루면 SBS 시청 안 하기 운동을 벌이겠다고 하기도 했다"며 "그만큼 주제가 뜨거웠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 국장과 '100분 토론'을 진행하는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는 MBC 입사 동기다. 손 교수는 2002년부터 '100분 토론'을 진행하고 있는데, 김 국장은 2004년 '수요토론 이것이 여론이다'는 진행자로, 그 바통을 이은 '시시비비'는 CP로 참여하며 5년간 '100분 토론'과 경쟁해왔다.
"패널들이 제게 '편하게 얘기하게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종종 합니다. 전 토론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되도록 안 끼어들고 큰 틀에서 토론이 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그동안은 손석희라는 브랜드가 워낙 커서 SBS 토론 프로그램이 가려져 있었지만, 이제는 사회 전반적인 변화와 함께 우리도 성장해 도약 단계를 맞은 것 같습니다."
SBS '8 뉴스' 앵커 출신으로 '기계적이라고 할 만큼 중립적인 사회를 본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진행자는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거기서 한 단계 더 나가 토론이 논점을 벗어나지 않도록 컨트롤하고 그 시점에서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할 것을 끌어내야 한다"며 "이런 능력은 절대로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고 나 역시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체득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토론 문화에 대해 "여전히 어디 가서 자랑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토론 문화가 성숙하려면 말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잘 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며 "상대 말을 잘 안 듣거나, 도중에 끊고, 픽픽 웃는 등 매너 없는 토론자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고 밝혔다.
항간에서는 TV 토론 프로그램 무용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유의미한 해법이나 결론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김 국장은 "TV 토론은 찬반양론의 대표선수를 모셔서 양쪽 입장을 최대한 들어보는 것이다. 공방을 하다 보면 자연히 허점은 드러나게 되고 그것을 통해 판단은 시청자가 하는 것"이라며 "거기서 MC의 역할은 패널들이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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