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휴일 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찌하다 보니 보도국 막내들인 저희 동기들이 3명이나 함께 일을 하게 됐습니다.
휴일스케치를 하러 동기들이 나가고 저는 주말 사건사고 종합을 둘둘 말고 있었더랬죠.
사건, 사고도 적당히 있겠다, 무난히 얘기도 되겠다, 맘 편히 있었던 겁니다.
그런 편안함은 한순간에 깨졌습니다.
건너편 책상에서 등을 돌리고 앉아있던 캡 왈.
"해운대가 유출된 것 같다, 알아봐!"
일단 해운대의 판매권을 가진 CJ 엔터테인먼트 측에 연락했습니다.
당시에는 CJ 담당자도 그런 일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기만 했을 때라, 상황을 파악해 봐야겠다고 했습니다.
DVD는 아직 만들지도 않았다며, 당황하게 될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해외 개봉을 얼마 남기지 않았을 때라 그의 목소리는 더 떨렸습니다.
직접 확인해 들어가 봤습니다.
알고 있는 P2P 사이트를 모조리 확인해 봤습니다.

몇 개의 사이트들은 이미 삭제 조치가 들어가고 있었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내려받기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클릭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었고, 서버가 폭주하면서 내려받기 예상 속도도 '느림'을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보안업체 쪽 접근을 해봤습니다.
업체 측에선 며칠 전부터 유출의 낌새가 조금씩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캠 버전 등의 낮은 화질의 파일이 올라오기 시작해 막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토요일이 되자 갑자기 DVD급 화질의 파일이 올라왔고, 불과 몇 시간 만에 최소 10만 건이 내려받기 됐다는 겁니다.
자신들과 연계되어 있는 P2P사이트들에 연락해서 막고 있지만, P2P시장의 규모가 커서
전부를 해결할 수 없고, 나머지 사이트들에서는 계속해서 유출되고 있을 거라고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보안업체 측에서는 '의도적 유출' 쪽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수요일부터 조금씩 올려보면서 사람들의 반응을 살폈고, P2P 업체 사원들이 쉬는 토요일을 노렸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습니다.
또 주말에 P2P 이용객들이 많아서, 더 쉽게 퍼져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점을 노린 것 같다고도 말했습니다.
여기에 사실 제작 단계의 내부자 소행도 제기됐었습니다.
왜냐하면, 아직 DVD를 만들지도 않은 상태기 때문입니다.
제작 단계 어딘가에서 샌 것이 아니냐는 거였지만, 아직은 말을 아끼고 싶어했습니다.
이제 사실 확인은 조금씩 틀을 맞춰가고 있었고, 사건이 터지기 1주일 전 1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기쁜 웃음을 지어 보였던 윤제균 감독이 어떤 상태일지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처음엔 접근이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전화를 받은 윤제균 감독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슬프게 들렸습니다.
일주일 전에 가졌던 기쁨, 그것의 양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참담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미 유출이 된 만큼 그것은 어쩔 수 없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팬들은 제발 이것의 유포를 돕지 말아 달라고 윤 감독은 말했습니다.
이 기사는 저에게 참으로 소중한 기사가 됐습니다.
열심히 하자는 그 초심을 되새김하게 하는 기사가 됐습니다.
이 기사가 입사 1년도 안된 저에게 이달의 방송기자상을 안겨 주게 되었으니까요.
한 선배가 말했습니다.
'그저 운이 좋아서라고 생각하지 마라, 만약에 네가 못 미더웠으면 캡이 너에게 알아보라고 시키지도 않았을 거다.
네가 평소에 열심히 하고 그만큼 신뢰를 쌓았기 때문에 그런 행운도 오게 되는 거다.' 사실 캡 잘 둔 덕택에 떡 하나 받게 됐다며 조금은 상에 부끄러웠던 저에게 힘이 되는 말이었습니다.
이 말 덕택에 처음처럼 열심히 취재하고, 일하자는 열정을 다시 불태우게 되었습니다.
이 상은 단지 '상'이 아니라 적당히 할 수 없는 '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주 하느님.
사랑하는 부모님.
그리고 못난 저를 가르치시느라 고생하고 계시는 모든 SBS의 선배님들.
언제나 옆에서 힘이 되어주는 동기들.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
|
[편집자주] 사회2부의 귀염둥이 김도균 기자는 2008년 SBS 보도국에 입사한 사건팀의 새내기 파워입니다. 항상 뜨거운 가슴으로 거친 현장과 호흡을 함께하고 싶다는 김 기자는 경기도 군포 연쇄살인 사건 등 대형사건.사고를 취재하며 날카롭고 현장성있는 기사를 보내주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