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만큼은 자유롭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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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웬 개(?)사진이냐고요?
보기엔 개지만… 실제로는 늑대랍니다.
이름은 아리.
지난달 25일이었을 겁니다. 포천 광릉수목원에서 사육중인 늑대 아리가 우리를 탈출했습니다.
처음에 늑대가 탈출했다는 얘기를 들었을땐 '취재 갔다가 물리는 거 아냐?'라는 걱정을 조금 한 것도 사실.
하지만 영화에서 나오는 늑대의 이미지는 허구였습니다.
늑대는 먼저 물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다만 안경을 끼신 분은 조심해야 한답니다.
안경알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 다른 늑대로 알고 공격한다는군요.
실제로 같이 취재를 나갔던 영상기자 선배도 카메라로 촬영 중 물릴 뻔하기도 했고요.
각설하고, 늑대 아리는 사연이 있는 늑대입니다. 아니 족보가 있는 늑대라고 해야 할까요.
지난 2004년 이송트럭에서 탈출해 빠삐용이라는 별명이 붙은 수컷늑대의 짝이니깐요.
부창부수? 라고 해야 할지…. 이런 기본정보를 가지고 포천으로 향했더랬습니다.
여의도 크기의 2배에 달하는 광릉수목원에서 늑대 한 마리를 찾는다는게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구두를 신고 온게 후회될 정도로 많이 걸었습니다.

아리를 잡기 위해 사육장과 길목에 닭고기도 놓아두고, 사냥개 6마리를 풀어 추적도 했지만 아침부터 시작된 추적은 오후2시가 넘도록 아무런 성과가 없었습니다.
급기야는 수컷늑대를 케이지에 가둬 길목에 두기도 했습니다.
수컷늑대가 울면 돌아올 수도 있다는 거였죠.
하지만 이런 수색작업이 못마땅하신 분도 있었습니다.
나이 지긋한 담당 수의사분은 가만히 놔두면 결국 돌아올 거라며 굳이 사냥개에 전문포수까지 투입해야 하나라며 걱정하시더군요.
그리고 따끔한 일침도 가하셨죠. 언론에서 이렇게 나와서 호들갑을 떨면 사살명령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거죠.
10년이 넘게 아리와 생활을 해오신 그 분의 말씀 하나하나에 애틋한 정이 서려 있더라고요.
오후 4시. 기자도 지치고, 80여명의 광릉수목원 직원들도 지칠 무렵, 저 너머 산등성이에서 한 발의 총성이 들렸습니다.
'탕'
그리고 무전기에서 나오는 소리.
"사살했다"

'아 드디어 끝났구나'라는 생각이 들 줄 알았는데…. 처음 든 생각은 "미안하다"였습니다.
내가 도대체 뭐가 미안한건지 모르면서도 그냥 미안했습니다.
케이지에 갇혀 있던 수컷늑대도 암컷이 사살된 사실을 알기라도 하는 듯 처량한 소리로 울어대기 시작했습니다.
케이지를 이빨로 물어뜯고 나가려고 발버둥을 쳤습니다.
더욱 미안해졌습니다.
두 눈을 감고 축 늘어진 채 차가운 시체로 돌아온 아리를 봤을 때는 수컷의 울부짖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 제대로 쳐다보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아리의 외출은 이틀만에 끝이 났습니다. 짧디 짧은 외출이었던거죠.
제가 해 줄 수 있는 건 없지만 가만히 고개숙여 기도했습니다.
"죽어서만큼은 자유롭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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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사진은 고참기차 같은 기운이 풍기지만 사회2부 사건팀의 젊은피, 막내기자인 이영주 기자입니다. 차분한 지성과 뜨거운 감성을 겸비한 이영주 기자는 '바꿀 필요가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불철주야 사건 현장을 누비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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