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후폭풍으로 한동인 숨죽인 채 지내왔던 검찰이 최근 동시다발적인 수사에 돌입하면서 그 끝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이와 관련, 검찰 고위 관계자는 27일 익명을 전제로 "범죄있는 곳에 수사있다"는 지극히 단순명료한 답변을 내놨다.
최근 이뤄지고 있는 대기업 등에 대한 수사가 국민의 신뢰 회복이나 정체성 확립 등의 용도로 `기획'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축적된 첩보나 수사자료를 토대로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이날 89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대한통운 이국동 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 사장과 앞서 구속된 마산지사장 유모(45)씨가 이 돈의 일부를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지만 정ㆍ관계 로비 자금으로도 쓰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용처를 추적중이다.
중앙지검은 이와 별도로 전자바우처 사업 비리와 관련해 보건복지가족부를 압수수색했는가 하면 SK건설과 태광그룹, 한진그룹 등도 수사 선상에 올렸다.
또 인천지검 특수부가두산인프라코어의 국책연구개발비 횡령혐의를, 창원지검 특수부는 SLS조선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하는 등 전국 검찰이 각개전투 방식으로 대기업의 비리를 수사중이다.
이처럼 검찰 수사가 주로 기업을 겨냥한 것으로 비치면서 일각에서는 검찰이 기업의 비자금이 정ㆍ관계로 흘러들어간 연결고리를 밝혀내겠다는 `큰 그림'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놨다.
하지만 최근 나타나는 일련의 수사는 `어느 선까지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수뇌부 공백으로 미뤄놨던 사건 또는 축적한 첩보를 바탕으로 시작된 것에 불과하다는게 검찰의 공식 입장이다.
김준규 총장도 지난 주말 간담회에서 "언론은 `기업수사'로 방향을 잡고 있는데 그게 아니라 범죄가 있으면 다 수사하는 것"이라며 "총장 취임에 따라 전열을 가다듬고 비리부패 범죄 척결에 집중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 총장은 취임식에서 "앞으로의 수사는 신사답게, 페어플레이 정신, 명예와 배려를 소중히 해야 한다"고 표적수사 비판을 받았던 별건수사를 지양하는 등 기존 수사 패러다임의 변화를 약속했다.
검찰이 대한통운 횡령 의혹과 관련해 유씨와 이 사장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소환해 곧바로 구속하거나 영장을 청구한 것도 사건처리가 지연되고 엉뚱한 방향으로 튀면서 부작용을 몰고 왔던 과거와는 다른 면모로 평가된다.
검찰 수사는 당분간 숨고르기에 들어갔다가 추석연휴가 끝나는대로 기업이나 관료집단, 지역사회 등의 분야에서 그동안 축적돼 있는 정보를 토대로 특정 분야를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 양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8.15 기념사에서 토착비리 척결 의지를 천명했던 만큼 지역의 토호들이 개입된 각종 부정부패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도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수사는 생물과 같다'는 검찰의 오랜 경험은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사건도 언제든 국가사회를 뒤흔들 초대형 비리로 커지면서 김 총장이 언급한 `예비군식 중수부'에 동원령이 내려질 날이 올 것이라는 점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