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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집회금지' 위헌…촛불재판 여전히 먼길

입력 : 2009.09.24 16:50

시대상·세계사적 조류 반영해 기본권 확대해석


야간 옥외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집시법 조항이 합헌에서 위헌 결정으로 뒤바뀐 것은 1994년 이후 15년만이다.

헌법재판소는 세계적 조류에다 야간에만 집회에 참여할 수 있는 직장인이나 학생들의 생활 등 변화된 시대 환경에 따라 헌법을 국민의 기본권 보장 차원에서 더욱 엄격히 해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촛불재판 피고인들의 경우 대다수가 일반교통방해 등 다른 혐의도 적용됐기 때문에 이번 결정에도 불구하고 재판이 계속 늦춰질 전망이다.

◇ 헌법 불합치 판단 배경은 = 위헌 의견을 낸 이강국 소장 등 5명의 재판관은 우리나라 헌법과 법률의 변천사 속에서 야간집회 금지 조항이 갖고 있는 위헌성의 근거를 찾았다.

집회허가를 금지하는 헌법 조항은 1960년 개정 헌법에서 처음 등장했다가 유신헌법에서 삭제됐고 이후 1987년 민주화운동의 결과 개정된 현행 헌법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 소장 등은 이 같은 역사적 변화가 집회의 자유를 행정권으로부터 실질적으로 보장받기 위한 국민들의 헌법적 결단의 결과로써 존중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세계사적 조류도 판단의 주요 근거로 작용했다.

이 소장 등은 영국, 독일, 일본, 오스트리아 등 여러 나라가 야간집회를 금지하는 법 자체를 아예 두고 있지 않고 프랑스, 러시아 정도가 밤 11시 이후의 집회를 금지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 `일몰∼일출'이라는 조건은 보편적 타당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민형기·목영준 재판관은 야간집회 금지 조항이 집회 허가제를 금지하는 헌법 21조를 어긴 것은 아니며 법률로써 집회에 일정한 제한을 가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봤다.

그러나 현재의 '일몰∼일출' 조항은 너무 넓은 시간을 가리키는 것으로 직장인과 학생 등의 집회 참가 권리를 사실상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등 지나친 제한을 가하고 있어 과잉금지 원칙을 어겼다고 판단했다.

위헌과 헌법불합치 사이에 다소 온도차가 있지만 결국 7명의 재판관들은 시대적 변화상을 바탕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법률로써 제한하는데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공통의 결론을 도출한 셈이다.

◇ 남은 '촛불재판' 어떻게 되나 = 대검찰청에 따르면 현재 야간집회 금지 조항을 어겨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은 913명이다.

이 중 야간집회 조항만 문제가 된 사람은 35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일방교통방해, 공무집행방해 등 다른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박재영 판사가 작년 10월 야간집회 금지에 문제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하자 많은 판사들은 헌재의 판단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재판을 미뤄놓은 상태였다.

이날 헌재가 야간집회 금지 조항이 내년 6월까지 계속 적용된다는 결정을 함으로써 촛불집회 재판과 관련한 쟁점 하나는 해결된 셈이지만 향후 모든 촛불집회 사건이 본궤도를 타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촛불집회 피고인 중 다수가 야간집회 금지 조항 위반과 함께 무단으로 도로를 점거한 형법상 일방교통방해죄와 함께 기소된 상태인데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부(이민영 부장판사)가 지난 5월 일방교통방해죄에 대해서도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판사들은 야간집회 금지와 일방교통방해죄가 동시에 적용되는 사건의 경우 일방교통방해죄에 대한 헌재의 판단이 추가로 나올 때까지 사건을 갖고 있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은 사건이 몰린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175명의 촛불집회 1심 사건이 야간집회 금지 조항 문제로 재판이 중단됐는데 이 중 154명이 일방교통방해죄 위반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