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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그라운드 제로'엔 9.11의 아픈 상처만

입력 : 2009.09.11 10:06

9·11테러 8주년 현장 르포..공사 부진·관심도 떨어져


2천 7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끔찍한 기억의 현장에는 무심한 비둘기들만 날아다녔다.

타워 크레인과 중장비들도 굉음을 내며 움직였지만 8년이라는 세월이 기억의 흔적을 지운 탓인지 외로움과 적막마저 느껴졌다.

8년 전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던 9·11테러로 잿더미가 돼버린 뉴욕 세계무역센터(WTC)의 자리 '그라운드제로'를 찾은 10일(현지시간) 오전.

현장에는 초고층 건물과 기념박물관 등을 짓기 위한 공사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었지만 9·11테러에 대한 미국 언론이나 국민의 관심도는 현저히 낮아진 것처럼 보였다.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건강보험 개혁문제에만 관심이 쏠린 탓일까, 아니면 오바마 대통령의 교육연설 논란이 더 중요해서일까.

지난 해에는 며칠 전부터 수백명의 내외신 취재진이 현장을 방문해 재건공사의 진척상황과 박물관 건립계획 등을 보도했었지만 이날 공개된 현장을 방문한 취재진은 50여 명에 불과했다.

지난 해 궂은 날씨에도 수백 명의 근로자들이 비지땀을 흘리며 재건공사에 한창이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작년에는 재건사업을 추진 중인 부동산 거물 래리 실버스타인이 직접 나와 취재진에게 공사진척도와 계획 등을 설명했지만, 올해는 기념박물관의 내부설계에 대한 간단한 설명회만 열렸다.

현장 경비를 맡은 한 경찰관에게 "8년이나 지났는데 공사가 너무 느린 것아니냐?"고 물었더니 현장의 근로자들을 가리키며 "그들은 자기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낮아지는 관심도를 의식해서인지 기념박물관 측은 설명회에서 웹사이트를 통해 국민들로부터 9·11 관련 영상과 사진, 사연 등을 기증받는 전국적인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WTC 재건공사는 시공계획 단계부터 벌어졌던 논란에다 예산문제까지 겹쳐 공사가 애초 예정보다 지연되고 있는데다 WTC 재건에 대한 여론의 관심마저 떨어지고 있어 언제쯤 끝날지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다만 지난 해 기초공사만 이뤄졌었던 '프리덤 타워'의 철골 구조물이 지상 2~3층 높이로 세워져 그나마 공사가 진행 중임을 알려줬다.

하지만, WTC 재건공사의 부진에도 9·11테러가 미국인에게 준 영향과 상처는 결코 잊혀지거나 지워질 수 없는 것으로 보였다.

희생자 수나 피해 규모에서뿐 아니라 9·11테러는 미국과 전 세계의 정치와 경제,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놓은 대형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제임스라고 소개한 공사현장의 한 근로자는 "많은 사람이 희생된 역사의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생각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도 11일에는 어김없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추모식이 열릴 것이고 이들을 기억하기 위한 건축물 건립공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뉴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