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을 위해 신고하는 사람의 신분을 누설하거나 내부 공익 신고자에게 해고 등의 불이익 조치를 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하는 법률이 만들어집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런 내용의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정안'을 지난 7일 입법 예고했습니다.
8시 뉴스에서는 크게 다루지 않았지만, 공익을 위해 신고하는 이른바 '딥 스로트'를 보호하는 법률이 통과되면 우리 사회의 부조리는 지금보다 상당히 개선될 것입니다. 저는 이 법이 사회 정의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상당히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할 수 있다고 봅니다.
권익위는 지난해 말 관련 법을 입법 예고했지만, 당초 법률안에는 공익신고자의 신원을 누설하더라도 권익위가 해당 조사기관에 누설자의 징계를 요구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그러나 이번 수정안은 공익 신고자의 인적사항이나 이를 알 수 있게 하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 주거나 공개·보도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처벌을 강화했습니다.
입법예고한 뒤 법률안에 대한 검토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보도와 관련된 부분이 일부 수정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공익을 위한 보도에서 취재원 보호차원의 익명의 보도는 크게 문제 될 게 없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공공의 건강과 환경에 관련된 법률을 위반한 행위에 대해 고소·고발·진정·제보·신고 또는 수사의 단서를 제공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그럼 국내외 공익신고 사례로 대표적인 예를 살펴볼까요? 국내에서 한 회사에서 퇴직한 직원이 광산의 지하갱도에 폐기물을 불법매립한 사실을 행정기관에 제보한 사례가 있습니다. 퇴직한 직원의 덕분에 관계 행정기관이 현장조사에 나설 수 있었고, 문제의 폐기물 불법매립 사실을 밝혀냈지만, 이후 해당 회사는 신고자를 색출,협박하는 등의 보복행위를 가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렇게 공익을 위해 부조리를 신고한 사람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세상이라면 누가 용감하게 나서서 비리를 신고할 수 있을까요?
제가 감명 깊게 본 영화 가운데 마이클 만 감독이 제작한 <인사이더(Insider)>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미국의 유명 담배회사 중역이 담배에 유해한 물질이 포함돼 있다는 내부 비밀을 CBS 제작팀에게 제보하는 내용입니다.
담배회사들은 제보자에 대한 협박은 물론 가족의 생명까지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제보받은 내용을 방송화하는 CBS도 광고주의 협박과 위협을 받았습니다. 담당 PD가 지혜롭게 대처해 결국 극적으로 충격적인 고발내용을 방송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후 담당 PD는 회사를 그만 뒀고, 제보자도 결국 초등학교 생물교사가 됩니다.
공익을 위해 사회 부조리를 신고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또 이런 내용을 방송화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 실체를 생생하게 포착한 영화가 바로 <인사이더>입니다.

최근 미국의 사례를 들어볼까요? 세계 최대 제약회사 화이자가 불법 판촉 혐의로 지난 2일,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의 벌금(23억 달러, 약 2조8660억 원)을 물게 됐습니다. 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생명을 걸고 추진해온 의료보험 개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미국 보건 장관인 캐슬린 시벨리우스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합의는 의료보험 소비자와 연방정부를 수탈하려드는 개인이나 조직을 응징하는 정부의 노력의 결실"이라면서 "이 벌금은 의료보험 등 정부의 보험 프로그램 재원으로 쓰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법무부의 불법 판촉 조사는 화이자뿐 아니라 다른 제약회사들에게도 해당된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른바 "화이자에게 부과된 사상 최대 규모의 벌금은 오바마 정부가 모든 제약회사들에 보내는 경고"가 됐습니다.
이 때문에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오바마 정부가 의료보험 개혁에 반발하는 제약업체들의 로비를 위축시키기 위해 화이자 사건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제약업체들이 폭리를 취하기 위해 얼마나 터무니없는 사기행각을 반복해왔는지 화이자 사건을 통해 제약업체들에 의해 놀아나는 민간의료보험의 폐해를 부각시키려고 한다는 것이지요.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이와 관련, "오바마 정부가 의료보험 개혁 전투에 시동을 걸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화이자는 진통제 벡스트라(심각한 부작용이 드러나 2005년 시장에서 퇴출),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 콜레스테롤 강하제 리피토, 우울증 치료제 졸로프트 등 13종의 약품에 대해 '불법 판촉'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벡스트라는 진통제로 승인받았으나 혈압강하제로 처방하도록 의사들에게 로비한 것이 내부자 폭로로 발각됐습니다. 의사는 승인된 용도 이외의 증상에 처방할 수 있지만, 그런 처방을 하도록 로비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입니다. 오바마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불법 판촉과 연루된 의사들에 대한 처벌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코프친스키 씨는 지난 2003년 12만 달러가 넘는 연봉의 화이자 판촉직원이었으나, 분명히 부작용이 있는 용도로 처방하도록 판촉을 강요하는 회사 측 방침에 반발해 이 사실을 고발했습니다. 회사 측은 해고는 물론, 이후에도 갖가지 방법으로 코프친스키 씨를 괴롭혀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고 당시 코프친스키 씨는 어린 아들과 쌍둥이를 임신한 아내가 있었으며, 그 후 연봉 4만 달러의 보험설계사 등을 전전하며 생계를 꾸려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6년의 고통스러운 내부고발자의 삶을 견뎌온 코프친스키는 600억 원이 넘는 보상금으로 위로를 받게 됐습니다.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비리를 신고하는 제보자나 '딥 스로트'를 보호하는 것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워터게이트 사건의 제보자이자 '딥 스로트'라는 말을 처음 만들어낸 당사자인 CIA 소속의 마크 펠트는 죽기 직전에야 비로소 자신의 신분을 밝혔습니다. 닉슨 대통령이 정적에 대해 불법도청한 내용을 고발한 마크 펠트가 더 나은 미국 사회를 위해 훌륭한 일을 했지만 평생동안 자신이 한 일을 함구한 이유는 무엇보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함부로 나서 자신의 신분을 밝힐 경우 가해질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이 컸기 때문이었겠지요. 공익을 위해 제보하는 사람을 사회 구성원이 함께 지켜주고 또 그렇게 하기 위한 기본적인 장치와 법률을 만드는 일은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초석이자 최소한의 노력 또는 예의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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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5년차의 경력에도 왕성한 취재력을 과시하는 유희준 기자는 현재 정치부 소속으로 총리실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굵직한 특종과 호소력 짙은 시사다큐로 2002년 한국방송대상과 2003, 2005년 한국기자상을 두번이나 수상하며 SBS 탐사보도의 위상을 높인 베테랑 방송기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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