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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리스트'까지 등장한 법정

김지성

입력 : 2009.09.09 09:05


통상 재판은 '공개 심리'를 원칙으로 합니다.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 방청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최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고 있는 용산철거 참사 재판은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먼저, 법정에 입장할 수 있는 방청객 수부터 제한합니다. 8일 열린 재판에서는 80명이 정원이었습니다. 때문에, 일찍 가서 번호표를 받아야만 입장이 가능합니다. 앞서 몇 차례 방청객들이 소란을 피워 재판을 방해했다는 재판부의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법정 '블랙 리스트' 등장

법정 '블랙 리스트'도 등장했습니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 한 법원 직원은 5명의 여성 얼굴이 인쇄된 종이를 들고 다니면서, 방청객들의 얼굴과 일일이 대조했습니다.

마치, 조선시대 수배자를 색출하는 사극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는데요. 리스트에 오른 5명은 지난번 재판에서 재판장에 의해 강제 퇴정 조치를 당하거나 감치된 사람들로, 이들의 방청을 제한하라는 재판부의 조치가 있었다고 합니다.

감치는 법정 질서를 어지럽힌 사람을 유치장 등에 구속하는 조치를 말하는데, 지난번 재판에서 피고인들의 재판 연기 신청이 받아들이지 않자, 방청객 4명이 항의의 뜻으로 마스크를 쓴 채 일어났다가 5일 동안 감치됐습니다.

◆법정에 사복 경찰관까지

이 뿐만이 아닙니다. 법정에는 CCTV 외에 채증용 캠코더 2대가 별도로 설치됐고, 방청석 주위를 20명에 가까운 법원 경비들이 빙 둘러쌌습니다.

구속 피고인들 주위엔 교도관들이 앉았고, 심지어 사복을 입은 경찰관 10여명도 방청석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무전기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었는데, "혹시 재판 도중 무슨일이 벌어질까 봐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법원의 요청이 먼저 있었느냐는 질문엔 "거기까지는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시위현장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오기에 충분했습니다.

최근 재판에서 재판장은 "피고인들의 방어권 남용 행위나 방청객들의 법정질서 문란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여러 번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문득, 5년 전 20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연쇄살인범 유영철의 재판이 생각났습니다. 당시 유영철은 '재판에 나오기 싫다'며 재판 도중 피고인석을 박차고 일어나 재판장에게 뛰어들었는데요. 다행히 교도관들의 제지로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후 법정 경비가 삼엄해졌는데, 당시 유영철이 재판을 받던 법정이 지난번 용산철거 참사 재판이 열렸던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감시의 초점'은 유영철 혼자에게 맞춰졌지만, 이번엔 방청객 다수에게 맞춰지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2003년 신문기자로 시작해 2007년 SBS에 입사한 김지성 기자는 사회2부 법조팀에서 검찰 출입기자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뚝심있고 끈질긴 기자정신으로 현장을 누비는 김 기자는 정치부에서도 활약했으며, 2003년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숨겨놓은 비자금'과 관련한 특종보도로 큰 반향을 불러오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