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권력지형이 서서히 요동칠 조짐이다.
국무총리와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 대표가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거의 동시에 바뀌면서 여권의 역학구도가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박근혜 전 대표 독주체제였던 여권의 차기 경쟁구도가 일단 정몽준 당 대표, 정운찬 총리 후보자 등 3각 축을 형성하면서 팽팽한 긴장관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향후 각자의 '노력'과 '실적'이 차기 대선구도의 유.불리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세종시 건설 등 주요 현안을 둘러싼 정면충돌까지 빚어지는 등 이들 잠룡들간에 파워게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간 갈등이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양 계파간의 1차원적 대립구도가 차기 주자별로 복잡다원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차기 주자 가운데 미래권력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박 전 대표의 고심이 누구보다 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미디어법 파동 이후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꺼번에 두 명의 경쟁자가 전면에 부상했기 때문이다. 상황관리를 잘못하면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경쟁자인 정몽준 대표와 정운찬 총리 후보자가 정국의 전면에 서서 책임있는 행동을 보일 경우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박 전대표가 여론의 조명을 받을 기회는 그만큼 작아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그간 '로키'를 유지해 온 박 전 대표가 앞으로 적극적인 정치행보로 나서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잠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게 사실이다. 그는 10월 재보선 지원유세에도 나서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은 박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의 향후 관계설정을 어떻게 하느냐다. 대립각을 계속 세우느냐 아니면 협력관계로 전환하느냐에 따라 그의 위상은 물론 정국상황은 크게 달라질 공산이 크다.
정 대표는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맞고 있다.
대망을 품고 지난 2007년 12월 혈혈단신으로 한나라당에 입당한 뒤 불과 1년 9개월 만에 당 대표 자리에 오르면서 정치력을 본격적으로 시험받는 무대에 오르게 됐다.
정 대표는 지난해 7월 전대에서 여론조사 압승에 힘입어 제2 최고위원의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당내 기반이 취약해 자기세를 불리는 데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그가 대표직을 잘 수행할 경우 지지기반 확대는 물론 대권주자로서의 존재감도 한층 부각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대표직 수행과정에서 실망을 안겨 줄 경우 오히려 그의 잠재력이 훼손될 수 있는 부담이 있다.
정 총리 후보자는 '야당인사'에서 일약 여당의 잠재적 대권후보 반열에 올랐다.
지난 3일 총리 내정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대권에는 관심이 없다"고 밝혔지만 세종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분명한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핫바지 총리'가 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향후 총리직 수행 여부에 따라 정 총리 후보자가 차기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충청권 출신인 데다 통합.화합, 경제전문가의 이미지를 갖추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당내 기반이 전혀 없는 정 후보자가 조직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 역시 적지 않다.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전 최고위원은 당 복귀가 급선무다. 그가 복귀할 경우 박근혜-정몽준-정운찬 3각구도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최고위원은 박희태 대표 사퇴로 한 자리가 비게 된 최고위원의 보궐선거를 통해 당에 복귀할 수도 있지만 무리하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신 이 전 최고위원은 내년 1-2월이든 7월이든 정식 전당대회를 통해 당에 복귀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또 시기에 관계없이 자신의 지역기반인 은평을에서 재보선이 있을 경우 반드시 나가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