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를 맞아 서울대 경제학부에서 '경제학연습' 강의를 맡은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를 만났습니다. 정 총리 후보자는 "수강신청을 받은 지 얼마 안 되는 데다 강의를 막 시작했기 때문에 처음 제안을 받고서 당혹스러웠고, 고민이 됐던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이끌어주는 입장에서 크고 작든 약속만큼 중요한 것도 없지 않냐며, 갑작스럽게 총리직 제안을 수락한 데 대한 미안함을 표시한 것입니다.
기자들은 정 총리 후보자가 언제 총리직 제안을 받았는지 거듭 질문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피했습니다. 오래 전부터 총리 물망에 오르기는 했지만, 청와대로부터 총리직을 맡아달라는 연락을 받은 건 아주 최근 일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2학기 <경제학연습> 강좌에 대한 강의계획서를 대학 홈페이지에 올리고, 실제로 강의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오래 전부터 총리에 내정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미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정 후보자는 "오늘은 강의하러 온 게 아니라 사과"하러 왔으며, 국회 인사청문회에 대해서는 "총장 시절 국정감사를 받아봐 괜찮다"며 자신감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학기를 맞아 이제 갓 시작한 정운찬 교수의 <경제학연습>강좌는 사실상 오늘로 마지막 수업이 됐습니다. 정 후보자는 학생들과의 작은 약속은 어기게 됐지만, 책상머리에서 고뇌를 거듭하고 있을 만큼 국내외적으로 우리나라의 상황이 한가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정 총리 후보자는 수업이 끝난 직후 내정 소감을 밝히면서 최근 비서실장을 두 차례, 대통령을 한번 만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이런 저런 비판을 한 것은 사실이나 최근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본 결과 "경제철학에는 큰 차이가 없고, 기본적으로 경쟁을 중시하고 촉진하되 경쟁서 뒤처지는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를 해야 한다는 면에서 같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대운하에 대해서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4대 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서는 수질개선의 문제가 있어 쉽게 반대하기 힘든 사안"이라며 기자들의 질문을 비켜갔습니다. 이어 "4대 강 사업을 청계천 컨셉으로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4대 강 주변에 쾌적한 중소도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밖에 행정복합도시와 관련해서는 "경제학자의 눈으로 봐서는 아주 효율적인 것 아니다"라면서도 이미 계획을 발표하고 사업도 많이 진행돼 원점으로 돌리기는 어렵지만 동시에 원안대로 다 한다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조심스런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충청남도 공주 출신의 정 후보자는 다만 "충청도 분들이 섭섭하지 않을 정도로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충청도 출신에다 지난 17대 대선 당시 민주당의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거론된 경력을 갖고 있는 정 후보자의 정치적 상징성은 남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경제학자이자 대학총장 출신의 정 후보자는 기존 정치권에서 보면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매력이 충분한 인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정운찬 총리 카드가 여야 관계는 물론 여권 내부의 역학구도에도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고, 그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집권 중반기에서 정운찬 후보자가 총리직을 어떻게 수행할 지, 앞으로 정치권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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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5년차의 경력에도 왕성한 취재력을 과시하는 유희준 기자는 현재 정치부 소속으로 총리실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굵직한 특종과 호소력 짙은 시사다큐로 2002년 한국방송대상과 2003, 2005년 한국기자상을 두번이나 수상하며 SBS 탐사보도의 위상을 높인 베테랑 방송기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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