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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자문위 개헌안 내용과 전망

입력 : 2009.08.31 14:20


국회 헌법연구자문위가 31일 발표한 개헌안은 새로운 권력구조 설계, 기본권 강화, 선진 일류국가 도약 등을 위한 비전을 구체적으로 담았다.

자문위는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 21세기 국가시스템에 적합한 정부형태로 행정권을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분점하는 이원정부제와 4년 중임 정·부통령제 등 복수안을 제시했다.

또한 국회내 상호견제를 통해 의안심의 과정의 신중성을 높이고 입법부와 행정부의 극단적인 대립상황을 조정할 수 있도록 현행 단원제를 상.하 양원제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동시에 헌법에 규정하고 있는 권리와 의무를 정비하고 사법제도 및 선거관리 방식 등도 손질했다.

자문위가 이 같은 개헌안을 공식 발표함에 따라 정치권 개헌논의는 본격화할 전망이다.

◇권력구조 개편 = 자문위가 제시한 새로운 정부형태 중 하나는 이원정부제다. 현행 헌법상 대통령에게 권한이 집중돼 있는 만큼 그 권한을 대통령과 국무총리로 분산시킨다는 것이다.

이원정부제안에 따르면 직선으로 선출될 5년 단임의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국회에서 선출한 국무총리.대법관.헌법재판소장 형식적 임명권, 전쟁선포권, 계엄권, 긴급명령권, 사면권, 국회(하원) 해산권, 법률안 서명.공포권 및 재의요구권, 국민투표 부의권 등을 갖는다.

권력을 분점하는 국무총리는 국회(하원) 재적 과반수 찬성으로 선출되며, 행정수반이자 국군통수권자로서 치안, 경제정책, 국방 등 일상적인 국정 전반에 대한 통할권과 내각구성권을 행사한다. 법률안 제출권, 긴급 재정경제명령권 및 처분권 등의 권한도 행사한다.

동시에 대통령이 각료 및 국가공무원.군인 임명, 법률안 재의요구, 국군의 해외파병, 국민투표 부의 등의 권한을 행사하는데 있어 총리의 제청을 받도록 함으로써 행정부내 권력편중을 막도록 했다.

국회(하원)는 행정권 견제를 위해 내각불신임권을 갖게 된다. 다만 차기 국무총리를 사전에 선출한 뒤 대통령이 현 국무총리를 해임하도록 한 '건설적 불신임제'를 채택했다.

4년 중임 정.부통령제의 경우에는 현행 대통령제의 의원내각제적 요소를 배제, 권력분립적 내용을 강화한 대통령제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의 임시국회 소집요구권,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을 폐지하는 동시에 예산법률주의 도입, 국회(하원)의 대법원장·대법관·헌재소장·재판관 전원 선출권 등을 통해 대통령의 권한을 일정부분 국회로 넘겼다.

또한 국회의원의 장관직 겸직금지를 명시했고 국회의 국무위원(장관) 해임건의 제도를 폐지했다.

부통령은 대통령 궐위.사고시 대통령 권한을 대행한다.

◇국회는 '양원제'로 = 자문위는 국회 개혁의 상징적 조치로 상.하 양원제를 제시하고 입법부의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개헌안에 따르면 임기 4년의 하원은 직선으로 4년마다 전원교체되며, 임기 6년의 상원은 직선으로 2년마다 3분의1씩 교체된다.

양원제가 도입되면 각 원에서 발의된 법률안은 원칙적으로 양원에서 의결돼야 법률로 확정된다. 각 원이 발의된 법률안을 우선 심의·의결한 뒤 다른 원에 송부하는 방식이다.

만일 상원과 하원이 법률안에 대한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양원협의회에서 단일안을 만들어 각 원에서 의결하도록 했으며, 상원이 하원에서 의결한 법안을 접수한 뒤 일정기간내 의결하지 않거나 양원협의회가 단일안을 내놓지 못할 경우에는 하원이 재적 3분의2 이상의 재의결로 법률을 확정토록 했다.

또한 ▲감사원의 회계검사 기능을 국회로 이관하고 국회내 독립성을 갖춘 회계검사기관을 설치토록 했으며 ▲예산법률주의를 도입해 국회의 예산편성권을 보장했고 ▲'연중 상시 국회'를 위해 현행 헌법의 정기회와 임시회 구분조항을 삭제토록 했다.

◇21세기형 헌법으로 재탄생하나 = 자문위는 변화된 헌법 현실을 반영해 기본권 조항 등도 대폭 손질했다.

민주주의 확산, 인권 보편화, 지식정보화 등 새로운 가치를 반영, 생명권과 안전에 대한 권리를 신설한 것을 비롯해 사상의 자유, 정보 기본권, 정치적 망명권, 출산.양육을 위한 권리 등을 명문화했다.

평등권 강화를 위해 출생, 인종, 연령, 정치적 신조, 신체적 조건이나 정신적 장애 등 차별금지 사유를 추가하고, 남녀 평등에 관한 국가 의무조항을 신설하는 등 기존 기본권도 정비했다.

헌법에 명시된 기존의 국방.납세.교육.근로의 의무 등 '4대 의무' 가운데 국방.납세 외 나머지 의무를 삭제했다.

사법제도의 경우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국회에서 선출하고, 이들의 임기를 6년 단임으로 명시했다.

또한 평시에는 일반 법원에서 군사재판을 하도록 하고, 전시 및 비상계엄시에 한해 군사법원에서 군사재판을 하도록 했다.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 역시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선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고 재판관 3분의 1은 대법관중에서 선출하도록 했다. 헌법재판소장의 임기는 9년으로 명문화했다.

특히 재판관 구성의 폐쇄성을 해소하고 민주적 정당성 확보를 위해 재판관의 자격을 법관 자격자가 아닌 사람에게도 개방했고, 국민투표 재판, 대통령.국회의원 선거재판을 헌재가 관할토록 했다.

선거관리에 있어서도 '선거위원회'로 기관명을 변경하고, 중앙선관위원장 및 위원 전원을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선출되도록 했다. 또한 상한 인구와 하한 인구의 비율을 2대 1로 한 선거구간 인구편차에 관한 기준을 헌법에 명시토록 했다.

동시에 자문위는 '재정의 장(章)'을 헌법내에 신설했다. ▲재정권한은 국회 의결에 따라 행사해야 하고 ▲모든 세입.세출이 예산에 포함되도록 하며 ▲세입.세출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원칙을 여기에 명시한다는 것이다.

◇향후 절차와 전망 = 자문위의 개헌안이 성안됨에 따라 정치권내 개헌론이 불붙을 전망이다.

특히 자문위가 바람직한 개헌 마무리 시점으로 '2010년 지방선거 전'을 제시한 데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이 국회 개헌특위 구성을 주장하는 등 속도를 높여가고 있어 주목된다.

이는 지방선거를 넘기면 정치권 전체가 사실상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 때문이다.

대권을 꿈꾸는 '잠룡'들이 본격 행보에 나서게 되면 여야 할 것 없이 이들의 이해득실에 휩싸일 수 밖에 없다. 개헌 논의는 자연스럽게 후순위로 밀릴 개연성이 다분하다는 것이 정치권 관측이다.

따라서 개헌이 현실화 되기 위해선 상대적으로 '무풍기'라 할 수 있는 올해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정치권내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 전에 개헌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실상 현정부 내 개헌은 어려운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정기국회부터 강력한 개헌 드라이브에 나서기로 했으나 민주당은 개헌 공론화 배경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며 이에 반대하고 있어 조기 개헌이 쉽지 않은 분위기다.

나아가 자문위가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해 복수안을 제시, 정치권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유력한 차기주자 중 한명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측은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선호한다고 밝히고 있는 가운데 다른 예비 주자들이 개헌에 대한 입장을 잇따라 내놓을 경우 첨예한 대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권력구조 개편 문제 뿐 아니라 영토조항 문제 등 헌법 각 조항 하나하나마다 여야간, 유력주자간 입장이 엇갈릴 수 있어 더한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