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가장 합리적이다.'
시장경제가 금과옥조로 삼는 믿음이다.
인간의 자연스런 이기심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경제는 복잡하기가 상상을 초월한다. 그속에서 각 경제 주체들은 합리적으로 소비행위를 결정한다는 가정을 전제로 하는 게 시장경제다. 인위적으로 손을 대거나 개입해서 얻는 이익이 부작용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시장이 스스로 알아서 작동하도록 놔두라는 믿음이 경제학에서는 널리 퍼져있다.
하지만 시장의 결정을 합리적이라며 방조하기에는 고통이 너무 큰 예가 있다. 요즘 우리 사회를 불안하게 하는 부동산 가격 상승도 이 범주에 들어간다.
돈을 더 주고라도 사려는 사람이 있으면, 가격이 오르는게 시장의 자연스런 이치다. 지불하려는 돈에 비해 얻게 되는 효용이 더 크다는 판단이 가격상승을 불러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은 '시장'의 실패로 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많다.
시장 실패의 예를 들어보자. 운동장에 경기를 보려는 사람들이 구름같이 모였다. 사람들이 빼곡하게 자리를 채웠지만 좌석은 계단식이어서 경기장면을 즐기는 데 문제가 없다. 그런데 누군가 흥분해서이던지, 다리가 아파서이든지 벌떡 일어선다. 시야를 가린 뒷 사람 몇몇이 일어선다. 그 뒤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일어서는 연쇄반응이 나타난다.
그렇다면 일어선 사람들은 좌석에 앉아있을 때보다 경기를 더 잘 볼 수 있게 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앉아서 보나, 서서 보나 그 경기가 그 경기다. 오히려 다리만 아프다.
부동산도 비슷하다. 그 안에 사는 게 목적이다. 싸거나 비싸거나, 많이 갖고 있다고 더 효용인 높은 것은 아니다. 하나면 족하다.
누군가 가격을 올리자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뒤따른다. 대부분은 불안감 때문이다. 앞으로 더 비싸게 사야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가격을 끌어올린다. 모두가 함께 불안감을 극복하면 저렴하게 '주거'의 필요를 해결할 수 있을텐데, 그렇지 못하게 되는 최악의 결과가 나타난다. 시장에 맞겨도 최상의 선택이 나타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정부의 눈길이 불안하다. 매매가도 오르고, 전셋가도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 쉽게 개입하지도 못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을 잡자면 금리를 올려야하는데, 경기상황이 아직 녹록치 못하다. 공급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당장에 불을 끄기는 쉽지 않을 듯 싶다. 주택공급이란게 시간을 두고 효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정부나 소비자나 안절부절 못하고, 특히 소비자는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은 그렇게 시장의 실패를 향해 치닫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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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2004년 SBS로 둥지를 옮긴 한주한 기자는 현재 경제부에서 기획재정부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오랜기간 '서울디지털포럼' 핵심 실무진으로 일하기도 했던 한기자는 폭넓은 산업분야 취재 경험과 함께 미국 위스콘신대 석사학위를 받은 경제통입니다. 한국경제의 위기상황을 냉철하고 합리적으로 바라보는 수준높은 분석기사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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