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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손 저림? 원인도 증상도 가지각색

입력 : 2009.08.22 14:35|수정 : 2009.08.22 14:35


손 저림은 똑 같은 '손 저림'으로 표현되지만 그 원인에 따라 손이 저리는 부위나 양상이 달라진다. 따라서 주변의 잘못된 조언이나 정보, 혹은 섣부른 판단으로 방치할 경우 오히려 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가장 흔한 손저림 증상의 원인은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주로 엄지와 둘째, 셋째 손가락이 주로 저리고 엄지손가락과 다른 손가락들을 맞닿게 할 수 없으면 의심해 볼 수 있다.

손목에 있는 터널(신경의 통로)에는 엄지와 둘째, 셋째 손가락의 감각을 지배하는 정중신경과 다른 힘줄들이 함께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반복적인 손목사용이나 노화로 인해 이 힘줄이 붓거나 터널이 좁아져 신경의 목을 졸라서 생기는 질환이다.

증상 초기에는 일상생활에 크게 부담이 없어 방치하기 쉽지만 기간이 길어질수록 물건을 잡아도 감촉을 못 느끼고 잠에서 깰 정도로 증상이 심해진다. 장기간 방치할수록 엄지 뿌리근육이 약해져 집거나 쥐는 등의 손 기능이 크게 저하되기도 한다.

바이올린 연주가, 이발사, 운전기사, 장시간 컴퓨터 사용자 등 직업적으로 손목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에게 잘 생기며 특히 오랜 기간 가사일을 한 중년 여성에게서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5배 가량 환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근전도나 초음파 등 간단한 검사로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며 초기엔 약물치료, 증상이 심한 경우 신경을 압박하는 인대를 끊어주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넷째, 다섯째 손가락이 주로 저리고 물건을 집는 힘이 평소보다 떨어진다면 팔꿈치 쪽에 문제가 생기는 주관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주관증후군은 팔꿈치를 지나는 '척골신경'이 마비되어 손저림이나 마비감 등을 초래하는 질환이다. 척골신경은 넷째와 다섯째의 감각과 '내재근'이라고 하는 손의 작은 근육들의 운동을 담당한다.

대부분 의자 모서리에 팔꿈치 안쪽을 부딪히면 손의 안쪽으로 전기가 오는듯한 통증이 오는걸 느꼈던 경험이 있을 텐데, 이때 부딪힌 신경이 바로 척골신경이다. 척골신경이 압박되면 손저림과 함께 내재근이 마비, 옷 단추를 끼거나 물건을 집는 힘이 떨어지는 등 정밀한 작업을 하기 어려워진다.

심한 경우 손가락 사이의 근육이 말라서 살이 빠진 것처럼 보이고 넷째, 다섯째 손가락이 구부러져서 갈퀴모양의 변형이 생기기도 한다. 팔꿈치를 구부리고 자다가 저려서 잠을 깨기도 하고, 낮에도 팔꿈치를 반복적으로 구부리는 작업을 하면 손이 저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팔꿈치를 1분 가량 구부리고 있을 때 증상이 악화된다면 주관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

주관증후군은 어린 시절 팔꿈치의 골절치료를 잘못 받아 팔꿈치가 밖으로 휜 경우 잘 발생한다. 이외에도 팔꿈치를 반복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골퍼, 테니스선수, 요리사 등에서 잘 나타날 수 있으며 팔꿈치를 구부리고 턱을 괴는 습관, 팔베개를 하고 자는 습관 등도 위험을 높인다.

손목터널증후군과는 달리, 어느 한 부분에서만 압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술 시 팔꿈치관절의 위 아래 모두를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에는 부목이나 약물치료로 호전될 수 있으나 악화된 경우 척골신경을 팔꿈치 관절의 앞쪽으로 옮겨주거나 신경을 압박할 수 있는 뼈의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이 필요하다.

목디스크가 있어도 손 저림이 나타날 수 있다. 주로 목에서 어깨, 손끝으로 저리는 증상이 나타나며 머리의 움직임에 따라 저리는 정도가 다르다. 목을 숙이거나 젖힐 때 목을 통해 신경압박이 가장 심해 저림증도 심하게 나타난다.

경우에 따라서는 목디스크와 손목터널증후군, 척추와 손목이 동시에 압박되는 이중압박증후군 등 두가지 이상 질환이 복합적인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경우 어느 한 부위만 치료해서는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일부만 개선된다.

대부분의 손저림은 주로 앞서 언급된 신경압박이나 디스크가 원인이 되지만 간혹 중풍이나 뇌졸중의 초기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 경우 주로 한쪽 손에서만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며 같은 쪽 입 주위에도 저린 증상이 나타난다. 이외에도 당뇨병, 류마티스관절염, 갑상선질환, 감염 및 대사성질환, 종양 등의 2차 증세로 손저림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처럼 같은 손저림이라도 나타나는 양상에 따라 원인이 다르며, 가볍게 치료할 수 있는 질환부터 큰 수술이 필요한 질환, 방치하면 위험한 질환까지 다양하므로 가급적 빨리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글 : 예손병원 수부센터 김진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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