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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퍼블릭 에너미 - 명품 갱스터 영화

남상석

입력 : 2009.08.18 11:54

퍼블릭 에너미(감독: 마이클 만, 주연: 조니 뎁, 크리스천 베일, 마리온 코티아르 15세 관람가)


남상석의 영화이야기남성팬들이 많은 마이클 만 감독이 여성팬들이 많은 조니 뎁과 크리스찬 베일을 캐스팅해 만들었으니 환상적인 조합입니다.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개성은 넘쳤지만 때때로 젊은 주정뱅이 같은 혐오스러움을 보여줬던 조니 뎁이 이번에는 아주 말쑥한 갱단 두목으로 나옵니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기에 기동력을 갖춘 은행강도단 두목 존 딜린저(조니 뎁)는 수사당국의 제1 표적입니다. FBI 창설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에드거 후버 국장은 실력있는 수사관 멜빈(크리스천 베일)을 시카고 지부장으로 임명해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지시합니다. 존 딜린저는 클럽에서 만난 매력적인 하층 계급 여인 빌리(마리온 코티아르)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집니다.

마이클 만 감독은 사나이의 의리, 사랑, 우정 등 소위 마초적인 측면에 천착하며 멋진 스타일의 영화들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무미건조하지만 거기서 탄생하는 멋진 스타일에 매혹된 팬들이 많죠. 남성성 넘치는 영웅들을 앞세우는데 가장 유명한 것은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 니로가 대결했던 [히트]였죠.

이번 영화도 두 인물의 대결 구도는 비슷합니다. [히트]의 도심 총격전 장면처럼 이번에는 숲속 은신처를 습격하는 수사관들과 딜린저 일당이 벌이는 한밤의 총격전과 추격전은 감독이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명장면으로 꼽을 만합니다.

관객이 그 총격전 현장에 근접해서 목격하는 것처럼 긴박감의 강도가 강렬합니다. 점점 좁혀오는 포위망에 시달리던 주인공이 경찰서에 들어가 주인공 검거 전담반 사무실을 어슬렁거리는 장면의 긴장감도 대단합니다.

조니 뎁과 크리스천 베일의 대결구도는 그리 강렬하지 않지만 조니 뎁과 마리온 코티아르와의 멜로라인은 강하게 도드라집니다. 이 남자 따라갔다가는 신세 조지기 딱이라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멋진 남자거든요. 갱스터 영화에서 항상 주인공은 처음부터 불안불안하게 시작해 쇠락의 길을 걷다가 몰락하는 패턴을 지니는데 거기서 탄생하는 비장미가 관객을 매료시키는 중요 요소가 됩니다. 가슴아픈 로맨스가 곁들여지며 비극적 운명을 더욱 강조하게 되는데요. 여기서도 마지막에 저릿저릿하게 만드는 아픔을 안겨줍니다.

[퍼블릭 에너미]는 [히트]를 뛰어넘는 걸작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풍부한 이야기 거리 없이 인물을 매력적으로 그리며 건조하면서 묵직한 스타일로 관객을 휘어잡는 명품 갱스터 영화입니다.

(* 현대적 사법제도의 출현 배경과 본질에 대한 냉소적인 기능 분석은 보너스입니다.)

  [편집자주] '영화를 보는 편안한 시선'  남상석 기자는 2002년부터 영화계를 출입해 온 베테랑 문화 담당 기자입니다.  1993년  공채로 입사해 사회부와 정치부 등을 거쳐 오랜 기간 보도국 문화부에서 내공있는 필력을 과시해 왔습니다. 영화와 영화인들을 좋아하며  '평론가처럼 어렵지 않은.. 관객의 한사람 같은 친근한 눈높이의 영화평'으로 개인 블로그도 큰 반향을 얻고 있습니다.